라임자산운용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이 김봉현(46·구속)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자금을 빌려준 대부업자를 서면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른바 ‘서초동 김 회장’으로 불리는 이 대부업자는 “김 전 회장에게 30억여원을 빌려줬고, 어디에 썼는지는 모른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김 전 회장은 대부업자에게 “대한민국 최고 금융인이 되겠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부업자 김모씨는 “지난해 스타모빌리티의 전환사채(CB)를 담보로 잡고 김 전 회장에게 30억여원을 빌려줬다”는 내용의 서면진술서를 최근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조상원)에 제출했다. 전환사채는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이다. 담보가치는 당시 주식 가격 기준으로 50억원가량이었다고 한다.
김씨는 그간 김 전 회장의 배후에서 스타모빌리티 및 재향군인회상조회 인수 자금을 댄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왔다. 하지만 김씨는 “스타모빌리티는 김 전 회장이 나를 만나기 전 인수했고, 향군상조회 인수는 다른 대부업체에서 자금을 빌려 인수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라임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은 김 전 회장이 기업 인수에 쓴 자금의 출처 및 기업에서 횡령한 자금의 최종 목적지를 추적 중이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사용한 자금 중 일부를 김씨가 대여해준 정황을 잡고 그를 서면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검찰에 여러 차례 의견서를 내 김 전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 설명했다. 소환조사는 받지 않았다. 김씨는 “담보만 있으면 사용처를 묻지 않고 돈을 빌려준다. 그게 대부업체가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자신의 업무수첩에 김씨로부터 빌린 자금을 ‘서초동 김 영감’이라는 식으로 일일이 기록해놨다고 한다. 경찰은 지난 23일 김 전 회장을 검거하면서 업무수첩 2권을 압수했다. 김 전 회장은 주변에 김씨에 대해 “대한민국에서 현금이 많기로는 세 손가락으로 꼽히는 사람”이라고 소개해왔다고 한다.
김씨는 김 전 회장을 지인 소개로 2018년 12월말쯤 처음 만났다. 관계가 이어진 건 1년 남짓이었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12월말쯤부터는 “해외에 있다”며 전화로만 가끔 통화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12월 수원여객 횡령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도피행각을 벌였다. 김 전 회장은 사채업자들을 통해 수표를 현금으로 환전하며 도피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도피자금과 관련된 수표는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김 전 회장의 로비와 관련된 활동도 알지 못한다고 했다. 김 전 회장이 평소 인맥을 자랑하긴 했지만 귀담아 듣지 않아 기억도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돈을 빌리러 와서 VIP(대통령)를 안다고 하는 사람도 많다. 그런 말에 일일이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에게 추가로 자금을 빌려주거나 도피자금을 환전해준 업자들이 있는지 추적 중이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