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에 사는 이모(49)씨는 최근 재난긴급생활비를 서울사랑상품권으로 지급받은 뒤 편의점을 자주 찾고 있다. 이씨는 30일 “원래 편의점을 애용하지 않았는데 서울사랑상품권을 받고 나니 자연스럽게 편의점을 찾게 되더라”며 “그나마 제로페이를 활용하기 편한 곳이 편의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일부터 재난긴급생활비를 지역사랑상품권과 선불카드 중 한 가지를 선택해 지급받도록 했다. 지역사랑상품권은 제로페이를 통해 사용할 수 있지만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정부가 운영하는 간편결제서비스인 제로페이 가맹자는 소상공인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편의점에서는 지역사랑상품권과 제로페이 연결 계좌를 모두 사용할 수 있어 많은 소비자가 편의점을 찾고 있다.
소비자들이 지역화폐 사용을 위해 접근성이 좋은 편의점을 자주 찾자 편의점들은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며 이들을 적극 유치하고 나섰다. 편의점에서 제로페이로 결제를 하면 받을 수 있는 혜택은 기프티콘부터 증정품, 할인에 캐시백까지 사용처에 따라 다양하다.
세븐일레븐은 5월 1일~15일 서울 지역 전 가맹점에서 제로페이로 5000원 이상(술, 담배, 서비스 제외) 구매 시 ‘오뚜기밥 210g’ 무료 교환쿠폰 증정 행사를 진행한다고 30일 밝혔다. 미니스톱은 5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제로페이 지역사랑상품권으로 결제하면 ‘미니스톱 기프티콘’ 1000원권을 증정한다.
이마트24는 5월 한달간 비플제로페이(제로페이 사용과 모바일상품권 구매 및 결제가 가능한 간편결제 앱)로 5대 FF상품(도시락·주먹밥·샌드위치·김밥·햄버거)을 결제하면 1일 2000원 한도 내에서 20% 캐시백을 제공한다.
CU는 4월 27일부터 5월 31일까지 제로페이 지역상품권으로 결제 시 5%를 할인해주고 있다. GS25는 4월 16~30일 서울사랑상품권으로 도시락과 조리면을 결제하는 소비자에게 비타500을 증정했다.
업계에 따르면 CU는 4월 1일부터 26일까지 제로페이 매출이 전월 동기 대비 6배 급증했고, 같은 기간 GS25는 5배 이상 늘었다. 세븐일레븐은 4월 1일부터 29일까지의 제로페이 매출이 전월 동기 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 소비자들은 편의점에서 주로 도시락, 삼각김밥 등 간편식과 간식류를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제로페이 이용자가 편의점 프랜차이즈로 몰리는 것이 서비스 취지에 어긋난다는 시선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역 소상공인을 돕기 위해 도입된 상품권과 결제 서비스인데 편의점이 특수를 누린다면 그만큼 지역 소상공인들에게 혜택이 덜 돌아가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 이용자는 “편의점 말고 동네 식당이나 작은 상점 등에서 제로페이를 이용하고 싶어도 가맹자가 아닌 경우가 여전히 많다”고 아쉬워했다. 지자체가 홍보와 교육 등을 통해 제로페이 가맹자를 적극 늘릴 필요도 있다. 소상공인 중에는 제로페이 운영 자체를 어려워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