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의원이 10대 소녀 허리에 양손을…” 아베까지 사과

입력 2020-04-30 16:26
하세 히로시 일본 자민당 의원. 연합뉴스

일본 집권당 국회의원이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시설에 갔다가 성추행 등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으로 드러나 공분을 사고 있다.

30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논란의 주인공은 하세 히로시(馳浩) 일본 자유민주당 의원이다. 그는 아베 도시코·스즈키 하야토·이데 요세이 중의원 의원, 아사히 겐타로 참의원 의원 등과 함께 지난 22일 도쿄 신주쿠(新宿)구에 있는 ‘쓰보미 카페’를 방문했다.

이 곳은 일반사단법인 ‘콜라보’가 학대나 성폭력 피해를 당하고 갈 데 없는 10대 여성을 위해 운영하는 시설이다.

당시 시설 측은 5명 이하의 소수인원만 방문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의원들은 보좌진과 신주쿠 구의원 등을 대동한 채 몰려갔다. 콜라보에 따르면 이날 시설을 찾은 관련자들은 15명정도다. 여기에 취재진까지 따르면서 대규모가 됐다. 게다가 시설과 피해 소녀들이 찍힌 사진을 시설 측 허가 없이 SNS에 올리기도 했다.

문제가 발생한 건 현장에서 진행된 텐트 설치 작업 도중이었다. 보통 이 작업은 시설에 머무는 피해 소녀들이 하는데, 하세 의원은 “여자니까 하지말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는 비서에게 지시를 내리며 소리치는 등 위압적인 행동을 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하세 의원은 이날 텐트 안에서 라이트를 설치하던 한 소녀에게 “비켜달라”고 말하며 뒤로 지나치던 중 양손으로 소녀의 허리를 만진 것으로 전해졌다. 콜라보 측은 “하세 의원의 태도는 여성에 대한 멸시였고 이를 느낀 소녀들이 큰 상처를 입었다”며 항의했다.

이에 하세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쓴 글을 통해 “5명 이하로 와달라는 것과 사진 촬영이 안 된다는 것은 사전에 전달받지 못했다”며 “갑자기 다수의 남성이 모여들어 불안감과 불쾌함을 준 것에 대해 사과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신체 접촉이 있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허리에 손을 댔는지 안 댔는지는 전혀 의식에 남아있지 않다”며 “그것이 사실이라면 매우 죄송하며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말했다.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자민당 총재를 겸직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9일 열린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이 사건을 언급하고 사과했다. 이어 시설을 방문했던 의원 5명에게 엄중한 주의를 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후 의원 5명 모두가 시설 측에 사죄의 뜻을 담은 답신을 보냈다. 하지만 시설 측은 “사실과 다른 점이 많고 전혀 납득할 수가 없다”며 “의원들의 입으로 직접 설명하거나 사죄하지 않았다. 불성실한 대응에 더 상처를 입었다”고 강조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