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15명에 경찰관 125명. 검찰과 경찰이 경기도 이천 신축물류창고 공사현장 화재 수사를 위해 하루만에 동원한 수사인력이다.
검찰은 30일 이번 화재사건 수사를 위해 조재연 수원지검장을 본부장으로 검사 15명으로 편성된 수사본부를 설치했다. 진용도 화려하다. 부본부장에 김지용 수원지검 1차장, 수사팀장엔 송경호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이 맡았다.
검찰 수사본부는 대검찰청과도 상시 연락체제를 구축해 실시간으로 수사상황을 공유키로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에게도 직접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앞서 경찰도 경기남부경찰청에 125명이라는 대규모 수사인력으로 구성된 수사본부를 차리고, 소방당국의 현장조사 내용을 토대로 수사를 시작했다.
이처럼 검·경이 이례적으로 이번 화재사건에 대대적 역량을 투입하기로 한 것은 거듭 반복되고 있는 샌드위치패널 구조의 냉동 물류창고 대형화재 참사를 이번 사건 수사를 통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여겨진다.
“왜 안전대책이 현장에서 작동되지 않았는지 살필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도 반영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 대통령은 오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열린 긴급대책회의에서 “우리 정부 들어 안전대책을 강화했는데 왜 현장에서 작동되지 않았는지 살필 필요가 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게 빈틈없는 대책과 실천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발언이 전해지자, 정세균 국무총리도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해 “대형 화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실질적 처방이 절실하다”며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범정부 테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했다.
이천에서는 지난 2008년에도 냉동 물류창고에서 불이 나 40명이 사망했다. 이번 화재가 발생한 건물과 똑같이 샌드위치 패널 구조였으며 발화도 벽면에 우레탄폼을 뿌리다 불씨가 튀어 일으킨 폭발이었다.
검·경은 이번 화재가 12년전 사건의 복사판이라고 보고 현장 안전수칙 준수 여부, 소방당국 및 관계기관의 인·허가 과정까지 샅샅이 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번 참사가 2018년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사망 45명, 부상 147명) 이후 최악의 인명사고라는 점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검·경 수사의 첫번째 초점은 화재 당시 우레탄폼 도포와 엘리베이터 설치 및 용접 작업이 함께 진행된 이유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상 통풍이나 환기가 충분하지 않고 가연물이 있는 건축물 내부에서 불꽃작업을 할 경우, 반드시 소화기구를 비치하고 불티 비산방지 덮개나 용접방화포 등을 갖춰야 한다. 현재까지의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이 같은 안전수칙이 이번 화재 현장에선 전혀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검·경은 시공사와 물류창고 소유사 관계자 6명과 목격자 11명에 대한 조사를 모두 마쳤다. 시공사의 핵심 관계자 15명에 대해서는 긴급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다.
한편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전력, 한국가스안전공사, 고용노동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 7개 기관 45명은 화재 현장에서 감식을 벌였다. 불이 시작된 지하 2층을 중심으로 유증기에 불을 붙인 원인 규명 위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