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고용’과 ‘물가 안정’.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2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내놓은 성명서 첫 문장에 등장한 키워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데 있어서 일자리를 지켜내고, 물가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데 최우선 목표를 두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미 연준은 이를 위해 ‘제로수준의 금리(0.00~0.25%)’를 계속 유지하면서 무제한적인 유동성 공급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도 기자회견에서 “강력하게, 선제적이면서 공격적으로 모든 수단을 다 사용하겠다. 우리 권한의 절대적인 한계까지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의 기존 발언들과 비교하면 이례적으로 강한 표현들이 등장했다. 그만큼 미국 경제가 처한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
특히 고용 문제가 심각하다. 코로나19 확산 예방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자택격리·비대면·사회적 거리 유지 등이 고용 시장에 직격탄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동제한이 본격화된 지난 3월 중순부터 지난 18일까지 미국에서는 2600만명 이상이 직장을 잃었다. 미 언론 등에 따르면 미국의 4~6월 실업률은 15~20%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1929년 대공황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전 세계 고용시장을 뒤흔들면서 ‘경제 구원투수’로 나선 중앙은행의 정책 목표 우선순위가 바뀔 수 있다고 내다본다. ‘물가관리자’ 또는 ‘경기부양자’라는 정통적 중앙은행의 역할이 ‘일자리 지킴이’로 무게 중심이 옮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경영대학원 ‘인시아드(INSEAD)’의 푸샨 듀트 경영대 교수는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CNBC 방송에서 “1970년대 오일 쇼크를 겪은 지금의 중앙은행장들은 실업률보다는 인플레이션에 방점을 두고 있다”면서 “하지만 다음 세대 중앙은행장들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 대유행)을 경험하면서 실업률을 줄이는 데 더 무게를 둘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셉 가뇽 피터슨국제연구소(PIIE) 선임 연구원도 “미 연준은 고용과 인플레이션을 동등하게 중요한 정책 목표로 두고 있다”면서 “그렇지 않은 국가의 중앙은행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과 고용 둘 다 중요한 정책 목표로 바뀔 수 있고,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