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앞에 무릎 꿇은 시공사 대표…“대책 말하라” 거센 항의

입력 2020-04-30 15:49 수정 2020-04-30 15:59
사진=연합뉴스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이천 물류창고의 시공사 대표가 30일 유가족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는 “죄송하다”며 흐느꼈고, 유가족의 거센 항의를 받으며 5분 만에 병원으로 이송됐다.

물류창고 시공사인 건우의 이상섭 대표는 이날 오후 유가족들이 모여 있는 경기 이천 모가면 실내체육관을 찾았다. 이 대표는 두 손을 모은 채 단상 중앙에서 무릎을 꿇고 연신 “죄송하다”고 말했다.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아 그의 말은 유족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이 대표는 흐느끼며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하겠다”며 사과를 되풀이했다.

유족 10여명은 이 모습을 지켜보다 “사과 말고 대책을 얘기하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이 대표는 단상에 올라간 지 5분도 안 돼서 업체 관계자의 부축을 받고 체육관을 빠져나갔다. 밖으로 나온 이 대표가 쓰러지자 뒤쫓아온 유족들이 이 대표의 몸을 일으켜 세우려 하는 과정에서 한때 승강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이 대표는 인근에 대기 중이던 119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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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29일 이천시 모가면 물류창고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불로 총 38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다쳤다. 희생자 대부분은 전기·도장·설비 등 업체에서 고용한 일용직으로 파악됐다.

현재까지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는 29명이다. 나머지 9명은 지문 확인이 불가능해 유전자 감식을 통해 신원을 확인할 방침이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