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에서 희망자를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항체 검사를 한 결과 대상자의 6% 가까이가 양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바이러스가 이미 지역사회에 광범위하게 확산했을 가능성이 다시 한번 입증된 것이다.
30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도쿄에 있는 ‘나비스타 클리닉’에서 지난 21∼28일 자원한 남녀 202명(남성 123명·여성 79명)을 상대로 코로나19 항체검사를 한 결과 5.9%인 12명이 항체가 있는 양성으로 판명됐다.
이 가운데 의료종사자는 55명 중 9.1%인 5명이, 일반인은 147명 중 약 4.8%인 7명이 각각 양성 판정을 받았다. 항체가 있다는 것은 과거 이미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것을 뜻한다. 검사를 받은 202명 가운데 최근 한 달 안에 발열 증상을 겪은 이들은 52명, 동거인이 코로나19 확진자인 이들은 2명, 유전자 증폭(PCR) 검사를 받은 이들은 9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이 PCR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구스미 에이지 나비스타 클리닉 이사장은 “현행 PCR검사로 판명되는 감염자보다 훨씬 많이 감염돼 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코로나19가) 확실하게 만연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결과를 해석했다. 그러면서 “원인 불명의 사망자가 늘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PCR 검사를 확대해 신속하게 진단하고 조기에 치료를 개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번 검사 결과는 일본 내 코로나19가 지역사회로 이미 폭넓게 퍼져있을 가능성을 재차 증명한다. 앞서 일본 게이오대병원은 지난 23일 입원과 수술이 예정된 일반 환자 67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한 결과, 5.97%(4명)가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병원 측은 “확진자들이 병원이 아닌 일상생활 속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며 “지역사회 전파 상황을 반영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물론 PCR 검사로 확인된 확진자 비율은 두 병원 조사에서 밝혀진 감염자 비율과는 크게 다르다. 실제 29일 기준 도쿄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4106명으로 도쿄 인구 1395만명(지난 1월 기준)의 0.03% 수준이다. 검사 샘플 수도 적어 단순 비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PCR 검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이들 가운데 80%가량은 무증상이나 경증 환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도쿄 내 코로나19 확산은 이미 ‘슈퍼전파’ 단계가 진행 중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