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작별이었다. ‘고스트 엄마’ 차유리(김태희)의 선택은 딸 조서우(서우진)의 내일이었다. 엄마는 죽으면서 낳은 아이가 눈에 밟혀 5년이나 영혼으로 곁을 맴돌았다. 그런 엄마에게 49일이 주어졌다. 그 다음은 선택하면 됐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 엄마는 딸의 행복을 품고 죽음을 맞았다.
지난 19일 종영한 tvN ‘하이바이 마마’는 태어난 아이를 한 번 안아주지 못한 채 죽어야했던 차유리의 죽음과 환생에 대한 이야기다. 드라마는 소중한 존재와의 관계를 곱씹게 했고, 가족의 무조건적인 사랑과 신뢰를 떠올리며 숨 고르게 했다. 김태희는 28일 국민일보와의 서면인터뷰에서 “아이를 낳지 않았다면 연기할 수 없었던 작품”이라며 “아이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모든 걸 희생할 수 있는 엄마의 마음을 표현하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완전한 환생을 포기한 차유리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았다. 작별 앞에서 그는 도리어 차분했다. 마지막일 순간들을 차곡차곡 쌓아가며 남은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열었다. 자신의 상처를 매만지며 삶을 정리하는 그의 담담함을 보며 시청자는 울면서도 웃었다. 김태희는 “아름다운 동화 같은 한 편의 긴 꿈을 꾸고 난 것 같다”며 “차유리로 지내는 동안 삶에 있어 가장 소중한 가치에 대해서,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성찰하고 깨닫는 시간이 됐다”고 전했다.
김태희에게 이번 드라마의 의미는 남다르다. 출산 후 고심 끝에 선택한 복귀작이었고, 엄마가 된 그가 엄마를 연기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는 오래 전부터 유제원 감독과 권혜주 작가의 팬이었다. 유쾌함 속에서 따뜻함을 끄집어내는 힘을 좋아했고, 결국에는 사랑과 사람이 남는 세계관을 사랑했다. 이번 드라마도 마찬가지였다. 김태희는 “아이가 아플 때마다 죄책감을 갖는 지극히 평범한 엄마의 마음으로 아이의 행복을 위해 모든 걸 헌신하는 차유리가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엄마 연기는 처음이지만, 엄마가 돼보니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의 스펙트럼은 자연스럽게 넓어졌다. 제 옷을 입은 듯 차유리가 될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얼마 전 출산한 ‘초보 엄마’ 김태희가 표현하는 모성애에는 겪어봐서 아는 진정성이 있었다. 그만큼 차유리 역할에 자신이 있었다.
김태희는 “모성애와 가족, 남편, 주변 사람에 대한 사랑에 중점을 뒀다”며 “밝고 단순하고 긍정적인 성격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캐릭터 분석에도 공을 들였다. 그는 “여러 제작진, 배우와 호흡하며 차유리의 톤을 잡았다”며 “진짜 차유리가 된 것처럼 흘러갈 수 있었던 이유는 진심으로 연기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번 작품은 배우 김태희 인생에 전환점이 됐다. 언제 그랬냐는 듯 연기력 논란은 슬그머니 꼬리를 감췄고, 극을 끌어갈 무게가 있는 배우로써 인생 2막이 올랐다.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진심은 결국 통한다’는 의미를 깨달았다고 한다. 내일을 당연하다고 여기지 말고 사소한 모든 것에 감사하고, 순간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교훈도 체득했다. 특히 에필로그 내레이션은 여전히 그의 머릿속에 남아있다. ‘어떤 고난 속에서도 아직 내가 무언가를 먹을 수 있고 사랑하는 이를 만질 수 있으며 숨 쉬고 살아있다는 사실, 이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나는 죽고 나서야 알았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