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3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 이천 신축 물류창고 공사 현장 화재 참사 사건 수사에 초기부터 직접 나섰다.
수원지검은 지난 29일 경기 이천의 한 신축 물류창고 공사 현장에서 3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화재 참사 수사 지휘를 위해 검사 15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편성했다고 30일 밝혔다.
수사본부는 조재연 수원지검 검사장(57·사법연수원 25기)이 본부장을 맡고, 김지용 수원지검 1차장 검사(52·28기)가 부본부장, 송경호 수원지검 여주지청장(50·29기)이 수사팀장을 각각 맡는다.
수원지검은 여주지청, 대검 간 상시 연락체계를 구축해 실시간으로 상황을 공유하고, 수사 사항 전반에 대해 총괄 지휘한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실시간으로 상황을 보고받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125명의 대규모 수사본부(본부장 반기수 2부장)를 꾸린 경기남부지방경찰청과 경기소방재난본부 등 관계기관과도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이번 화재 참사 발생 원인에 대해 소방당국 등은 용접·용단작업 중 발생한 불꽃이 유증기와 만나 폭발을 일으켰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사현장에서 용접·용단작업 중 화재가 자주 발생하는 데다 이번 참사에서 처음 불이 시작된 지하 2층의 화물용 엘리베이터 설치 작업 과정에서 용접작업이 이뤄졌다는 일부 근로자 진술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하 2층, 지상 4층짜리 건물 내부 곳곳에서 우레탄 작업이 이뤄져 발생한 유증기가 용접·용단작업 중 발생한 불꽃을 만나 폭발하면서 불길이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번졌다는 것이다.
우레탄은 단열성능 효과가 탁월하고 가공성이나 시공성, 접착성 등이 우수하면서도 공사비용은 낮아 냉동창고의 단열재나 경량구조재, 완충재 등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우레탄은 주입하는 과정에서 성분이 서로 분해하면서 화학반응을 일으키고 이 과정에서 최고 200도까지 온도가 상승하는 경우가 있으며 유증기를 발생한다.
여기에다 샌드위치패널 건물의 비극이 희생자를 더욱 크게 한 것으로 추정된다.
우레탄이 내장돼 있는 샌드위치 패널 건물 외벽에 불이 옮겨 붙으면서 대량의 유독 연기가 발생해 피해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최초 발화지점이 지하 2층이었지만 지상 2층에서 18명의 사망자 등 지상 1~4층에서 3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사망자의 대부분은 유독 가스 질식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되고 있기 떄문이다.
이날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전력, 한국가스안전공사, 고용노동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 7개 기관 45명은 화재 현장에서 감식을 벌였다. 불이 시작된 지하 2층을 중심으로 유증기에 불을 붙인 원인 규명 위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38명의 사망자에 대한 신원 확인 작업에 들어가 지문을 통해 29명의 신원을 확인했다. 29명 중에는 중국인 1명, 카자흐스탄 2명 등 외국인 3명이 포함됐으며, 성별은 모두 남성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9명은 시신 상태가 지문 확인이 불가능해 유전자를 채취한 뒤 국과수에 검사를 의뢰했다. 이들에 대한 신원 확인 작업은 이르면 이날 완료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125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꾸린 경찰은 화재 이후 시공사 등의 관계자 6명과 목격자 11명 등 모두 28명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경찰은 시공사 등의 핵심 관계자 15명에 대해서는 긴급 출국금지 조치했다. 경찰은 이들을 불러 안전 의무 위반 여부와 건축법 위반 등 다방면에 걸쳐 철저하게 조사할 방침이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