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 수유, 출산 후 산모 당뇨 발병 낮출 수 있다

입력 2020-04-30 13:16
모유 수유의 당뇨병 예방 기전 개념도. KAIST 제공

모유 수유가 출산 후 산모의 당뇨병 발병률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의과학대학원 김하일 교수와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장학철 교수 공동연구팀이 이 같은 효과를 규명했다고 30일 밝혔다.

임신성 당뇨병은 전체 산모의 10% 이상에게서 발견되며, 이중 절반 이상은 출산 후 당뇨병으로 연결된다. 임신·출산을 경험한 여성은 경험하지 않은 여성에 비해 당뇨병 발병률이 더욱 높다.

연구팀은 모유 수유가 산모의 췌장에 존재하는 ‘베타세포(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인 인슐린을 생성·분비하는 세포)’를 건강하게 만들어 출산 후 당뇨병 발생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모유 수유는 그동안 산모의 에너지 대사를 개선해 이로운 효과를 유도한다고 알려졌지만, 대사 개선 효과가 어떤 기전을 통해 나타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에 따르면 모유 수유 중인 산모의 뇌하수체는 모유의 생산을 촉진하는 호르몬인 ‘프로락틴’을 활발하게 분비한다.

프로락틴은 췌장의 베타세포를 자극한다. 췌장은 혈당 조절에 관여하는 호르몬인 인슐린을 분비하는 기관으로, 이때 합성되는 신경 전달 물질인 세로토닌’이 베타세포의 증식을 유발해 베타세포의 양을 늘린다.

항산화 기능을 가진 세로토닌은 베타세포 내부의 활성 산소를 제거해 산모의 베타세포를 보다 건강한 상태로 만든다. 모유 수유가 산모의 베타세포를 각종 대사적 스트레스로부터 유연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셈이다.

실제로 연구팀이 174명의 임신성 당뇨병 산모들을 3년 이상 추적·관찰한 결과, 수유를 한 산모들이 수유를 하지 않은 산모에 비해 베타세포의 기능이 개선되고 혈당 수치도 약 20㎎/dL 낮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김하일 KAIST 교수는 “모유 수유에 의한 베타세포의 기능 향상은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여성의 당뇨병 발병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면서 “모유 수유가 지닌 효과는 장기간 지속돼 수유가 끝난 뒤라도 오랫동안 당뇨병 예방 효과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KAIST 의과학대학원 문준호 박사와 김형석 박사가 공동 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중개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IF: 17.16)’ 29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연구는 한국연구재단과 국가과학기술연구회, 보건장학회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