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한 환자의 폐 속 깊이 숨어서 생존해 있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는 치료를 받고 퇴원한 환자가 다시 양성 반응을 보이는 이유를 설명하는 근거로 주목된다.
3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충칭 육군군의대학 볜슈우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 같은 연구결과를 학술지 ‘셀 리서치’에 게재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진단 검사에서 3차례 연속 음성반응을 보인 환자의 폐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며 “코로나19 바이러스 방지와 전염병 관리를 위한 임상 지침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코로나19에 걸려 사망한 78세 여성에 대한 사후 검사로 진행됐다. 이 여성은 지난 1월 27일 쓰러져 병원에 입원한 뒤 검사 결과 코로나19 양성반응이 나왔고 관련 증상도 나타났다.
이후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은 이후 코와 목에서 채취한 시료 검사에서 3차례 음성판정이 나와 2월 13일 퇴원했다. 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에서도 병세가 상당히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여성은 퇴원한 지 하루 만에 심장마비로 숨졌다.
이 여성의 간과 심장, 내장, 피부, 골수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발견되지 않았으나 폐 깊숙한 조직에서 변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잠복한 변종 바이러스는 뚜렷한 증상을 유발하지 않았다.
폐 조직은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손상이 나타났지만, 다른 신체 부위에서는 바이러스가 없어 기존 검사 방법으로는 검출이 어려웠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폐에 잠복한 바이러스를 정확하게 찾아내기 위해서는 환자가 퇴원하기 전에 기관지폐포세척(bronchoalveolar lavage) 방식으로 바이러스를 검사해볼 것을 제안했다.
이는 폐포에 생리식염수를 주입했다가 빼내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진단하는 방법이다. 이는 코나 목에서 면봉으로 샘플을 채취해 검사는 것보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베이징의 한 의사는 “기관지폐포세척 방식은 비현실적”이라며 “환자에게 너무 많은 고통을 주고, 검사 결과도 100% 정확하다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치료받고 회복된 코로나19 환자들이 다시 양성 반응을 보이는 이유를 설명하는 하나의 단서가 될 수 있다고 SCMP는 전했다.
한국에서는 160명 이상의 코로나19 재양성 사례가 보고됐고, 중국에서는 퇴원한지 70일 만에 다시 양성 반응을 보인 사례도 있었다.
지난 2월 광저우에서는 외견상 회복돼 퇴원한 환자의 14%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다시 입원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