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하게 그냥 죽는 줄 알았습니다.”
지난 29일 발생해 현재까지 38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다친 경기 이천시 물류창고 화재 현장에 있었던 생존자 A씨의 라디오 인터뷰 첫마디는 이랬다. 그는 3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떠올렸다.
A씨는 “불이 입구를 막고 있어서 어디에서 번졌는지 모르겠다”며 “우레탄 가스를 좀 아는데 한두 번 먹으면 그냥 쓰러져버린다. 나도 그 안에서 죽는가 보다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숨을 참고 있었는데 불이 좀 약해지기에 가스를 먹고 죽느니 뛰어나왔다”고 말했다.
당시 출구에서 2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작업 중이던 A씨는 현장을 빠져나오던 순간을 털어놨다. 그는 “휴대폰 라이트를 켜고 ‘라이트 켜! 라이트 켜!’라고 했다. 우리는 일하는 사람들이라 여기 문이 있는 걸 아니까 ‘후레시 켜고 나가! 문 찾아서 뛰어!’라며 빠져나왔다”며 “동료 3명이 못 나왔다. 다 나온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까 없더라. 앞이 안 보여 챙길 줄을 몰랐다”고 했다.
이어 “처음에는 소화기가 있어서 입구의 불을 잡으려고 틀었더니 너무 뜨거워 근처를 못 가겠더라”며 “살아야 하니까, 기어 나와야 하니까 일단 멀리서 뿌렸다. 그러다가 옆에 있던 엘리베이터실이 그 불을 끌고 위층으로 올라가는 바람에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앞서 불은 29일 오후 1시32분쯤 이천 모가면의 물류창고 공사현장 지하 2층에서 시작됐다. 소방당국은 신고 접수 이후 진화작업에 나서 화재 발생 5시간여만인 오후 6시42분에 불을 모두 껐다. 현재까지 파악된 사망자는 38명이며 중상자 8명, 경상자 2명이다.
인명피해 규모에 변동이 없을 경우 이번 화재는 2018년 밀양 세종병원 이후 최악의 참사가 된다. 당시에는 45명이 숨지고 147명이 다쳤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