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도 시신을 봅니다” 에콰도르 의료진의 악몽

입력 2020-04-30 09:34 수정 2020-04-30 09:50
AFP 연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의료체계 붕괴 위기에 처한 에콰도르 의료진이 현지 참상을 직접 전했다.

AFP통신은 29일(현지시간) 에콰도르 과야킬 코로나19 병동 의료진들을 인터뷰했다. 남성 간호사 A씨(35)는 “사태 시작 후 너무 많은 사람이 병원에 왔다. 거의 모두가 우리 손에서 죽어가고 있다”며 “병상이 모자라 다른 환자들을 퇴원시키거나 수술실 침대까지 사용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무너져가는 장례 체계에 대해서도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영안실에 감당이 안 돼 시신을 싸서 화장실에 보관해야 했다”며 “6~7구 정도 쌓이면 그때야 수습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상황은 여느 곳에서나 마찬가지다. 다른 병원 의사 B씨(28)는 “영안실이 꽉 차서 응급실 복도에 시신들이 놓여있다”며 “20~25구씩 쌓아뒀다가 수습되길 기다리곤 한다”고 말했다.

AFP 연합

AFP 연합

이어 “환자가 사망하면 다른 환자들을 위해 얼른 침대를 비우고 소독해야 한다”며 “때문에 의료진이 직접 시신을 (천·비닐 등으로) 싸서 보관해야 했다”고 전했다.

현지 의료진들은 정신적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인공호흡기가 필요한 환자에게 산소 튜브만 꽂아준 채 그대로 지켜볼 때마다 앞으로 내가 갖게 될 트라우마에 대해 생각한다”고 했다.

또 한 간호사는 “지옥 같은 병원에서 교대 근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그때부터 악몽이 시작된다”며 “꿈속에서 화장실 문을 열면 시신들이 있다. 다시 잠들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