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새벽,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화재 피해자 유가족이 모여있는 모가실내체육관은 밤새 유가족의 울음과 탄식으로 가득했다.
체육관에 도착한 유가족들은 구석에 마련된 데스크에서 피해자의 이름과 생년월일, 보호자 이름과 연락처를 기재한 후 힘없이 피해자 명단을 확인했다.
피해자들의 안타까운 사연들도 공개됐다. 귀에 보청기를 착용한 한 할아버지는 “(사고를 당한) 아들이 66세”라며 “손주를 벌써 둘이나 봤는데, 그 나이에 먹고 살겠다고 안산에서 새벽 4시에 일어나 출퇴근하다가 이런 일을 당했다”며 애통해했다.
부자가 함께 사고를 당한 가족도 있었다. 이모씨 부자는 전날 함께 공사현장에서 작업하던 중 화재발생을 인지하고 함께 건물 밖으로 뛰어내렸다. 이 과정에서 아들은 목숨을 건졌지만, 부친은 끝내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망자 가운데에는 연고가 파악되지 않은 외국인 노동자도 2명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자정 직전까지 비교적 침착함을 유지했던 유가족은 오후 11시40분쯤 이천시 재난안전대책본부가 강당 벽면에 피해자 명단과 신원확인 여부를 게시하자 순식간에 마음이 무너졌고, 체육관은 울음바다로 변했다. 그동안 가족의 죽음을 실감하지 못했는데, 가족이 곁을 떠났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눈물이 터져나온 것이다.
유가족들은 서로를 붙잡고 오열했고, 체육관 곳곳에서 울음과 절규가 쏟아졌다. 한 중년 여성은 울다가 바닥에 쓰러지기도 했다.
당국의 미숙한 대처장면도 포착됐다. 중년의 한 남성 유가족은 이천시청 관계자에게 “오늘 밤 사이에 추가되는 사항이 없다고 해놓고, 신원확인자가 늘어나니 유가족이 체육관을 못 떠나고 있는 것 아니냐”며 “숙소가 문제가 아니라 신원확인이 마칠 때까지 여기서 머물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라”고 했다. 이어 “제발 좀 제대로 알고 발표하라”며 “유가족들은 지금 말 한마디에 울고 웃고 있지 않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결국 새벽 1시가 넘어서면서 체육관 내에는 유족을 위한 임시 천막이 설치됐다.
이천시 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현재 사망자 38명 가운데 29명의 신원이 확인됐다. 1명은 지문 채취 후 확인 절차를 진행 중이며 8명은 지문 채취가 불가능한 정도로 훼손이 심해 유족 신청을 받아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합동분향소는 이날 오전 10시쯤 이천 서희청소년문화센터 체육관에 설치될 예정이며, 오전 10시30분쯤 모가실내체육관에서 사고 관련 브리핑이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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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