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5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던 인터넷전문은행법이 막판까지 치열한 찬반 논쟁을 벌인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는 29일 밤 본회의를 열고 재석 209명 중 찬성 163명, 반대 23명, 기권 23명으로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 자격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인터넷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개정안은 애초 여야 합의로 지난달 5일 본회의에 회부됐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에서 반대표가 속출하면서 부결됐었다. 이후 다시 절차를 밟은 지 56일 만에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인터넷 은행 대주주 적격성 심사 결격사유에서 공정거래법 위반 요건을 빼는 것이 골자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KT가 케이뱅크의 대주주가 되는 걸림돌이 사라져 ‘KT 특혜법’이라는 논란이 제기됐다. 따라서 여야 합의로 다시 본회의에 오른 개정안은 표결을 앞두고도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 가장 먼저 반대 토론에 나서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법안이 목표로 하는 케이뱅크는 박근혜 정부 금융관료들이 각종 꼼수와 편법을 통해 완성한 인터넷전문은행”이라며 “왜 20대 국회가 박근혜 정부의 금융관료들이 벌인 일을 수습하기 위해 금융산업의 안전장치를 훼손하는 법안을 통과시켜야 하나”라고 지적했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도 “본회의서 표결로 부결시킨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여당과 제1야당 지도부가 합의했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명분 없이 다시 올라온 법안”이라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인터넷전문은행법을 제정하면서 균열이 생간 은산분리 원칙은 완전히 무너지게 된다”고 호소했다.
채이배 민생당 의원도 지난달 본회의에서 반대 또는 기권했던 109명 의원의 이름을 호명하며 “이 법은 3월에 올라온 법안과 다르지 않다”며 “이번에 통과시킨다면 지난번에는 법안 내용도 모르고 투표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채 의원이 명단을 부르자 미래통합당을 중심으로 항의와 고성이 나오기도 했다.
찬성 토론자로 나선 김종석 통합당 의원은 “인터넷은행 활성화는 문재인 대통령의 금융혁신 제1호 공약”이라며 “지난번 부결될 당시 제기됐던 우려와 지적을 반영해 대주주 자격을 더 엄격하게 했다. ‘표지’만 갈아 끼운 법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유동수 의원도 찬성 토론에 나서면서 개정안 처리에 앞서 토론만 30여 분 소요됐다.
앞서 케이뱅크는 지난해 KT를 대주주로 전환해 1조 원 이상의 자본금을 확충하려고 했지만 KT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게 되면서 무산됐다. 기존법에 따르면 대주주가 한도 초과 지분보유 승인을 받기 위해 최근 5년간 공정거래법, 금융 관련법,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어야 한다. 이 때문에 케이뱅크는 지난해 7월 276억원을 유상증자하는 데 그쳤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