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부천, ‘춘추전국시대’ 2부서 다크호스 넘어 승격 넘본다 [2020 K리그①-2부리그 돋보기]

입력 2020-04-29 20:45 수정 2020-04-29 21:35
FC 안양과 부천 FC 선수들이 지난해 11월 23일 K리그2 준플레이오프 경기를 치르기 위해 안양종합운동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왼쪽은 FC안양의 키플레이어 이정빈, 김형열 감독과 예상 포메이션. 오른쪽은 부천 FC의 키플레이어 윤신영, 송선호 감독과 예상 포메이션. FC 안양, 부천 FC 제공

K리그2의 ‘터줏대감’ FC 안양과 부천 FC는 지난 시즌 프로축구 K리그2에서 각각 3, 4위에 올랐다. K리그2에서도 하위권인 예산 규모를 끈끈한 조직력과 활동량으로 극복한 결과였다. 부천은 준플레이오프에서 안양에, 안양은 플레이오프에서 부산 아이파크에 발목 잡혀 승격엔 실패했지만, 충성심 높기로 유명한 팬들은 선수단이 흘린 피와 땀에 박수를 보냈다.

승격과 가장 가까웠던 시즌이 지나자 고난이 찾아왔다. 2020 시즌 프로축구 K리그2는 가히 ‘춘추전국시대’라 할 만 하다. K리그1에서 합류한 제주 유나이티드와 경남 FC는 두터운 선수층에 각각 남기일 감독, 설기현 감독을 더해 강등 후 다이렉트 승격을 넘보고 있다. 기업구단으로 재창단 된 대전 하나시티즌은 황선홍 감독과 함께 포지션별 알짜배기 선수들을 보강했다. 프랜차이즈 스타 이종호를 복귀시킨 전남 드래곤즈나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준우승을 이끈 정정용 감독을 선임한 서울 이랜드도 얕볼 수 없다.

군웅이 할거하는 시대, 시민구단은 눈물겹다. 매년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두 구단은 지난해 전력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주축 선수들을 모두 상위 구단으로 떠나보냈다. 차(車)도, 포(包)도 뗐지만, 두 팀 선수들은 다시 못 다 이룬 승격의 꿈을 위해 땀을 흘린다. 김형열(56) 안양 감독과 송선호(54) 부천 감독에게 다음달 8일 개막을 일주일여 앞둔 각오를 들어봤다.

김형열 안양 감독이 28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안양=이동환 기자

규성이도 팔라도 없지만…안양의 힘은 ‘열정’
보라색 유니폼을 입은 선수 셋이 들소처럼 상대 진영을 휘젓는다. 좌우 윙백은 상대 진영 끝까지 전진해 공격을 거든다. 공격 때 3-2-5까지 포진되는 ‘공격축구’는 지난 시즌 안양 경기에 눈을 뗄 수 없었던 이유다. 그 5명이 이젠 없다. 공격진의 조규성(14골)은 전북 현대로, 알렉스(13골)는 베트남 호치민 시티로, 팔라시오스(11골)는 포항 스틸러스로 떠났다. 좌우 윙백 김상원(8도움)과 채광훈(3도움)도 각각 포항, 강원 FC를 택했다. 지난 시즌 총 득점(64골)의 71%(46골)에 공백이 생긴 것. 김 감독은 “지난해 조합이 굉장히 좋았고, 선수들도 안양 축구를 정확히 수행해 감독이 할 게 없을 정도였다”며 “1부 팀이라 흔쾌히 보내줬지만, 솔직히 많이 힘들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다고 손 놓을 순 없었다. 시민구단은 생존을 위해 비시즌을 더 바쁘게 보내야 했다. 김 감독이 ‘속이 느글거렸을 정도’라 표현할 정도로 안양은 외인 선수 선발에 공을 들였다. 한 달 간 매일같이 영상을 보고 또 본 결과, 세리에A를 경험한 발 빠르고 탄력 좋은 공격수 아코스티도, 장신 스트라이커 마우리데스도 영입할 수 있었다. 안양 관계자는 “아코스티는 팔라시오스의 파괴력에 기술까지 더한 선수”라고 귀띔했다. 그 외에도 공격과 왼 측면 윙백으로 모두 활용 가능한 멀티자원 기요소프를 데려왔고, 부천의 수비를 책임지던 닐손주니어까지 영입해 단점이었던 수비도 든든히 했다. 김 감독은 “닐손은 팔라시오스가 꼼짝 못할 정도로 영리한 선수라 1순위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안양은 지난 시즌 조규성, 맹성웅 등 신인 선수들로 ‘대박’을 터뜨렸다. ‘능력이 부족해도 성실한 선수를 뽑자’는 기준은 올 시즌에도 적용됐다. 그렇게 하남, 유종우 같은 기대주들이 합류했다. 김 감독은 “안양엔 볼만 잘 차는 선수가 아니라 팀을 위해 부지런히 뛰는 선수가 필요하다”며 “이번에도 조규성 처럼 의욕 있는 선수들을 영입해 기대할만 하다”고 말했다.

안양 이정빈이 28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훈련을 마친 뒤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FC 안양 제공

김 감독이 뽑은 키 플레이어는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완전이적 시킨 이정빈(25)이다. 유소년 시절부터 ‘축구 천재’로 각광받았지만 인천에 자리 잡지 못한 이정빈은 지난해 6개월간 안양에 임대돼 4골 2도움으로 활약했다. 그가 중원에서 창의성을 꽃피워야 안양의 공격축구는 완성된다. 이정빈은 “볼 소유와 빌드업 중심의 축구를 하는 안양은 제게 꼭 맞는 옷”이라며 “팀에 보탬이 되려고 체력적으로 준비를 많이 했다. 하루 빨리 1부로 승격시키겠다”고 강조했다.

28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훈련에서 그라운드에서 폼까지 취해가며 열정적으로 선수들을 지도하던 김 감독은 “지난해 수비적으로 물러선 팀에 약했는데, 동계훈련에서 이 부분을 보강했다”며 “올해에도 지난해 못지않은 열정적인 축구를 팬들에 선사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송선호 부천 감독이 29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팀 훈련에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부천 FC 제공

‘하나된 부천’, 지난 시즌 막판 5연승 신화 잇는다
지난해 10월 초까지만 해도 부천은 10개 팀 중 8위였다. 시즌 막판 부천의 저력이 발휘됐다. 마지막 5경기를 모두 승리하는 ‘기적’으로 4위까지 뛰어 올랐다. 준플레이오프에서 안양과 비겨 아쉽게 도전은 계속되지 못했지만, 하나 된 선수들의 응집력이 발휘한 ‘언더독’의 반란은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안양전 직후 기자회견에서 송 감독은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선수들의 노고를 칭찬했다. 당시에 대한 질문에 송 감독은 “선수들이 하고자 하겠단 힘이 커 준플레이오프까지 갈 수 있었다”며 “닐손, 임동혁, 김재우가 구성한 3백이 완성됐고 안태현, 말론까지 부천 축구를 완전히 몸에 익혀 분위기가 올라간 상태였는데 탈락해 정말 아쉬웠다”고 떠올렸다.

안양만큼 부천도 전력 손실이 크다. 닐손주니어(안양·10골)와 임동혁(제주·3골), 김재우(대구·1골)의 3백이 모두 팀을 옮겼다. 풀백 안태현(상주·4골)은 군에 입대했고, 공격수 김륜도(안산·6골)와 말론(엘 나시오날 에콰도르·10골)도 이적했다. 수비는 물론이고 팀 득점의 70%나 상실된 공격 공백도 문제다.

부천의 화두는 올 시즌에도 ‘하나된 팀’이다. 주장 김영남과 부주장 조범석 등 기존 선수들이 새로 합류한 선수들과 함께 열심히 뛰는 팀 문화를 다시 정착시키고 있다. 촘촘한 간격의 4-4-2 포메이션을 중심으로 ‘전원 공격-전원 수비’를 하는 팀 기조를 유지한 채 강팀을 상대론 3백을 병행한다. 이를 위해 대전에서 베테랑 윤신영(33)을 영입해 수비 조율을 맡겼다. 스피드가 뛰어난 바비오와 높이가 좋은 바이아노는 공격을 맡는다.

송 감독은 “변화 속에서도 만들어야 하는 게 감독이다. 다른 말씀은 못 드리겠고, 선수들과 한 마음 한 뜻으로 90분 간 다른 팀보다 두세 발씩 더 뛰는 모습을 경기장에서 보여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부천 윤신영이 29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팀 훈련을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부천 FC 제공

송 감독이 키 플레이어로 지목한 윤신영도 “다른 팀에 비해 선수 개개인 이름값이 솔직히 떨어지지만 조직력엔 자신 있다”며 “닐손의 대체자로 온 만큼 책임감을 갖고 최고참의 리더십을 발휘해 승격을 목표로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어 “특히 (연고 이전 문제가 얽혀있는) 제주를 상대로는 결승전을 뛴다는 생각으로 무조건 승점 3점을 따내 부천 팬들의 자존심을 지켜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양팀 감독이 본 K리그2 판세
김 감독은 제주-경남-대전을 K리그2 강팀으로 꼽았다. 특히 대전에 대해선 “포지션 별로 자기 몫을 모두 해줄 수 있는 알짜배기 선수를 다 데려다 놨다”며 “바이오는 지난해에도 봤지만 정말 좋은 선수”라고 경계했다. 송 감독도 역시 제주-경남을 뽑았지만, 마지막 선택은 전남이었다. 그는 “전남이 알찬 영입을 했고 전경준 감독도 지략이 좋아 상대하기 까다로울 것”이라고 했다.

서로에 대해선 덕담을 건넸다. 지난해 유독 부천을 상대로 한 번도 승리하지 못한(2무 2패) 김 감독은 “송 감독은 스쿼드가 좋든 안 좋든 팀 운영을 잘 할 수 있는 베테랑 감독”이라며 “비싼 선수 없이 성적을 내야해 동병상련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송 감독도 “공격진이 다 빠져나갔지만 3백 수비진을 잘 지켰고 김 감독님도 선수 심리 지도에 탁월하기에 쉽게 볼 수 없다”며 “(안양전 무패 기록을 이어갈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러워했다.

안양=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