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에서 의류매장을 운영하는 정모(59)씨는 “요즘 ‘관악사랑상품권’(지역화폐)은 ‘VIP카드’로 모시고 있다”며 “지역화폐를 사용하는 손님이 부쩍 늘어난 지 열흘 정도 됐다”고 말했다.
정씨 매장은 올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년 동기에 비해 매출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었다. 하지만 2주 전쯤부터 서서히 매출이 늘어가는데, 전체 매출의 20% 정도가 지역화페 결제손님이라고 한다.
최근 각 지방자치단체가 시민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앞다퉈 지원하고, 지역 소상공인을 살리자는 취지로 지역화폐를 할인 유통하면서 지역 소상공인들의 숨통이 조금씩 트이기 시작하는 모습이다. 코로나19 확산이 진정 국면에 접어든 탓도 있지만 실제 지자체 안에서 소상공인 가게에서만 쓸 수 있는 지역화폐가 활발하게 유통된 효과도 분명히 존재한다.
특히 재난지원금으로 지역화폐가 발행되면서 지역화폐 소비가 눈에 띄게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 관악구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A씨는 “예전에도 간간히 쓰는 사람이 종종 있었지만 최근에는 확실히 사용자가 늘었다”며 “3주 전쯤부터 매출도 크게 늘어 체감상 50~60%는 증가한 것 같고, 전체 매출의 40% 정도는 재난지원금으로 나온 지역화폐로 결제됐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의류매장을 운영하는 B씨도 “‘지역화폐를 사용할 수 있냐’는 문의전화를 많이 받고 있고, 실제로 지역화폐로 인한 매출이 하루 평균 10만원 정도는 되는 것 같다”며 “특히 손님들이 ‘공돈’이라고 생각해서 고민하지 않고 바로 소비하는 경향도 있다”고 전했다.
시민들도 적극적으로 지역화폐를 소비하는 분위기다. 박모(30)씨는 “이번에 재난지원금을 받아 처음으로 지역화폐를 써봤는데 애플리케이션으로 결제하는 사용방법이 생각보다 간편하고 할인효과도 커서 자주 쓰게 된다”고 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지역화폐로 생필품을 샀다” “부모님께 옷을 사드려 오랜만에 효도했다” 등의 반응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고, “지역화폐가 너무 빨리 소진돼 더 많이 사지 못해 안타깝다”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이런 매출 증가 효과는 통계로도 드러난다. 중소기업벤처부가 지난 2월 3일부터 지난 27일까지 소상공인 사업장 300개, 전통시장 220개 내외를 대상으로 코로나19 확산 이전 대비 매출액 변화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소상공인 점포의 매출액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다가 전통시장은 지난달 23일(65.8%), 소상공인은 지난 6일(69.2%) 최저점을 찍고 반등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27일 조사에서는 전 지역에서 매출 감소세가 완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다만, 지역화폐가 할인율이 큰 까닭에 지역화폐를 고급 레스토랑이나 와인가게 등에서 사용하는 모습도 발견돼 지역화폐 도입 취지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지역화폐를 사용할 수 있다”고 광고하는 고급 레스토랑, 와인샵 등이 다수 검색됐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