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무늬 백자’, 국보 된 지 46년만에 자격 박탈

입력 2020-04-29 18:39
그 가치를 두고 논란이 있었던 국보 제168호 ‘백자 동화매국문 병(白磁 銅畵梅菊文 甁)’에 대해 문화재청이 29일 국보 지정 해제를 예고했다. 1974년 7월 국보 제168호로 지정된 지 46년만이다.
국보 제168호 ‘백자 동화매국문병’

문화재청은 2018년부터 학계와 언론에서 이 도자기를 두고 원나라 제품이라는 등 국적과 작품 수준에 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짐에 따라 도자사 전문가로 조사단을 구성해 조사연구를 진행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음과 같은 사유로 해제가 타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우선 ‘백자 동화매국문 병’은 ‘진사(辰砂)를 사용한 조선 전기의 드문 작품으로 화려한 문양과 안정된 기형(器形)이 돋보인다’는 사유로 국보로 지정됐다. 진사는 산화동(酸化銅) 혹은 동화(銅畵)를 말한다. 러나 조선 전기 백자에 이처럼 동화 안료를 사용한 사례가 없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원대 백자 유리홍병. 문화재청 제공

지정 당시에는 기형 등으로 보아 조선 전기 15세기 제작품으로 보았다. 그러나 기형과 크기, 기법, 문양과 유사한 사례가 중국에서 ‘유리홍(釉裏紅)’이라는 원나라 도자기 이름으로 다수 현존하고 있어 학계에서는 이 작품도 조선 시대가 아닌 중국 원나라 14세기 경 작품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문화재보호법’지정 기준에 의하면 외국문화재일지라도 우리나라 문화사에 큰 영향을 끼친 작품은 국보나 보물로 지정할 수 있다. 그러나 ‘백자 동화매국문 병’은 출토지나 유래가 우리나라와 연관성이 불문명하고, 같은 종류의 도자기가 중국에 상당수 남아 있어 희소성이 떨어져 국보 지정 해제를 결정했다고 문화재청은 강조했다.

문화재청은 30일간의 예고 기간 중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보에서 해제할 예정이다.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