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전국연합학력평가는 고3 생활을 시작하는 지표가 된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이번 3월 학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4월 24일에야 실시했습니다. 그것도 원격 시험으로, 성적·등급 산출도 없이 말이죠.
고3 수험생들에겐 중요한 나침반 하나가 사라진 셈입니다. 내가 어디쯤 서 있는지 실력을 가늠하기가 더 어려워졌단 뜻인데요. 그래서 이런 말까지 나왔습니다.
“저희 그냥 2020년 환불해주시면 안 될까요? 전 왜 지금 고3이죠?”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3들이 많더군요. 길을 잃은 것만 같은 막막한 심정에 공부도 손에 잡히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고민하는 사이에도 시간은 계속 흐릅니다.
고3 여러분께 2020년을 환불해드릴 순 없지만 학생들이 꼭 기억하면 좋을 3가지 조언을 준비해봤습니다. 입시 선생님과 대학생들이 입을 모아 얘기하는 내용을 정리해봤어요.
① 5월, 공부 맥락을 만들자
마음먹는 걸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작심삼일이라는 말도 있듯이 아무리 단단한 다짐도 흔들리는 건 금방입니다. 그건 누구나 마찬가지죠.
그래서 필요한 건 공부의 맥락을 만드는 겁니다. 좋은 맥락을 만드는 게 중요하죠. 수능은 꽤나 긴 경주이기 때문에 매일 ‘하던 대로’ 공부하는 게 중요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변하려고 하지 마세요.
그럼 먼저 매일 공부하는 장소를 생각해봅시다. 불필요한 물건이 많이 있진 않나요? 그것 때문에 공부에 방해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나요? 예를 들어 오늘 스마트폰을 보고 나면 내일도 보게 되고 그 다음날도 보고 싶고… 그렇게 나쁜 맥락이 생기는 겁니다. 반대로 좋은 맥락을 만들고 싶다면 바로 오늘부터 공부 장소를 정리해보세요.
또 이젠 공부하는 방법을 정할 때가 됐습니다. 남이 좋다는 공부법을 따라 흔들리다 보면 결국 나의 공부법은 찾지도 못한 채로 수능장에 가게 될 수 있습니다. 공부법을 찾는 이유는 ‘공부를 하기 위해서’ 아닌가요?
한 수학강사는 “공부법을 찾아 헤매지 말라”면서 “사실 여러분이 모르는 대단한 공부법은 없다. 자신의 상황에 필요한 공부를 점검하고 공부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선택과 집중이란 말 들어보셨죠? 집중을 하려면 먼저 내가 어떤 것을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선택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탐구 공부법을 고민하기 위해선 먼저 탐구 과목을 확정해야 합니다. 그래야 집중력 있게 전략을 세워갈 수 있죠.
한 입시전문가는 수능 탐구 과목에 대해 “이것저것 손대기보단 최대한 빨리 결정하는 게 좋다. 아직 결정 못 했다면 학생들이 많이 선택한 과목을 따르는 게 위험이 적은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지금도 결정을 못 한 거면 어떤 과목을 선택해도 힘들긴 똑같다”며 “고3은 재수생과 탐구에서 점수 차가 나는 경우가 많으니 탐구를 결정하고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어떤 공부법이든 내 성적을 올려야만 의미가 있다는 걸 잊지 맙시다. 이것저것 시도만 하다가 끝나지 않도록 5월엔 공부의 맥락을 고민하고 다듬어가야 합니다.
②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공부 시간이나 문제풀이 양보단 학습의 밀도를 추구해야 합니다. 한 선생님은 “문제를 겉핥기로 보는 것은 공부를 안 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를 적게 풀더라도 그것을 완전히 이해하고 활용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말이죠. 스스로 해석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많은 문제를 풀기만 하는 것보다 더 의미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지금 고3에겐 아주 큰 고민이 하나 있죠? 자신의 학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이럴 때일수록 현실 감각을 키워야 하는데요. 그 기준으로 많이 추천되는 건 작년 모의고사와 평가원 기출문제입니다. 특히 평가원 기출 문제는 문제의 질이 보장돼 있고 등급 컷도 정확하게 알려져 있기 때문에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죠.
시험과 똑같은 상황을 설정해 놓고 실제 수능을 보듯이 문제를 풀어봐야 합니다. 그리고 작년 등급 컷을 확인하면서 자신의 위치를 판단해볼 수 있습니다. 또 모의고사를 분석하고 부족함을 채우면서 앞으로의 공부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겠죠.
혹시 ‘지나친 고민은 하지 말라면서 현실 감각은 키우라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이런 생각이 드나요? 마땅한 물음입니다. 왜냐하면 공부하는 과정 자체가 그런 자문자답을 반복하는 일이거든요. 어느 정도 고민은 어쩔 수 없고 당연하지만 고민 때문에 지나치게 시달리진 말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③ 흔들리는 멘탈, 어떻게 잡을까
고3은 모두 이번 입시가 처음입니다. 그러니 나만 처음인 것도 아니고 나만 불안한 것도 아니란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나 혼자 두려움에 휩싸이는 것 같을 땐 좋은 방향으로 생각을 돌려봅시다. 우울한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 경우가 많거든요. 특히 고3 땐 더 그렇습니다.
한 선생님은 “답이 없는 고민을 최대한 줄이라”고 조언했어요. 어차피 답이 없는 고민이라면 시간 낭비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거죠.
두 가지 고민을 비교해볼까요?
“내가 국어 성적이 안 오르는 것 같다. 어느 부분이 부족한 걸까?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이렇게 묻는다면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문학에서 소설을 읽을 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그래서 불안감 때문에 꼭 실수가 생긴다. 이번 한 달 동안 문학 기출을 풀고 EBS 강의를 들어보자” 이런 식으로 말이죠.
한편 이런 고민도 있습니다. “하필 내가 수능 볼 때 국어 등급 컷이 엄청나게 올라가면 어떡하지? 난 대부분 92점이 나오는데 만약에 수능 1등급 컷이 93점이라면?” 이건 아무도 답할 수 없는 물음이죠. 그러니 고민 속에 풍덩 빠졌다가도 때론 잠깐 멈추고 ‘이게 답이 있는 걱정인가? 지금 해야 하는 생각인가?’ 따져보세요. 물론 모든 고민을 다 없앨 필요는 없지만, 고민하느라 어쩔 줄 몰라서 낭비하는 시간은 줄이는 게 좋지 않을까요?
앞서 2017년에 지진으로 수능이 연기된 적이 있어요. 당시 고3이었던 한 대학생(22)은 이렇게 말했어요. “수능이 연기되던 날을 잊을 수가 없어요. 처음엔 당황 그 자체였고 이후엔 남은 시간 동안 뭘 해야 하는지 엄청 고민됐죠. 세워둔 계획이 모두 무너진 느낌? 긴장도 다 풀려버렸죠. 하지만 누군가는 의욕을 잃은 이 상황에서 다른 누군가는 부족함을 채울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이미 일어난 상황은 제가 어쩔 수 없다는 걸 빨리 인식했죠”
그러면서 지금 코로나19 상황에 고민이 많을 고3에게 조언과 응원을 전했어요. “올해 수능을 준비하시는 분들은 얼마나 당황스러우실까요. 하지만 제가 해드리고 싶은 말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묵묵하게 하는 게 최선’이라는 겁니다. 꾸준하게 가다 보면 그 끝에는 여러분이 원하는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파이팅입니다”
코로나19 여파로 그동안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었죠. 개학 연기에, 모의고사도 미뤄지고 마침내는 수능 날짜까지 바뀌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고3들은 무척 심란할 거예요. 그 마음을 누가 다 이해할 수 있을까요.
열심히 하면 잘 될 거예요. 그러니까 오늘부터 ‘열심히’ 한번 해봅시다. 아쉽게도 2020년을 환불할 순 없으니, 주어진 시간 안에서 최선을 다해보는 겁니다.
서지원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