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의 접근성을 낮추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영화관으로 들여오려는 움직임이 대두된다. 공연계는 공연장이라는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스크린을 통해 여러 공연을 선보여왔다. 지금까지는 마케팅 차원에서 한시적으로 진행했지만 공연의 영상화 작업이 진척되면서 스크린 서비스에 대한 논의와 유료화를 본격적으로 시작할지 주목된다.
한국판 ‘NT Live’으로 불리는 ‘아르코 라이브(ARKO LIVE)’가 CGV와 손을 잡았다. 다음 달부터 창작플랫폼 ‘공연예술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공연 실황을 CGV에서 관람할 수 있게 됐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처음 시도하는 사업으로, 국내 우수 창작 초연작을 선정해 CGV에서 독점 상영한다. 앞서 지역 공연예술 콘텐츠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난해 12월 12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올해는 시범사업으로 지난해 공연예술 창작산실 올해의신작 작품 중 총 4편을 선정해 상영할 계획이다. 경상권, 전라권, 충청권 등 전국 CGV 12개 상영관에서 지역 관객을 만난다. 연극 ‘의자 고치는 여인’ 무용 ‘Hit & Run’ 전통예술 ‘완창판소리프로젝트2 강산제 수궁가’ 창작뮤지컬 ‘안테모사’가 기회를 얻었다.
지난달 첫 선을 보인 ‘아르코 라이브’는 영국 국립극장의 NT Live을 벤치마킹했다. 2009년 시작한 NT Live는 영미권 연극계 화제작을 촬영해 공연장과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프로그램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이 서비스를 들여와 실험적이고 가능성 있는 순수 국내창작 초연작을 영상화하는데 방점을 두고 있다. 특히 수도권 중심의 우수 공연예술 콘텐츠를 수준 높은 영상화를 통해 지역의 관객에게 소개한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 라이브’를 위해 최첨단 기기를 마련했다. 극장용 영상촬영을 위해 4K 카메라, 지미집, 무인카메라 등 첨단 영상장비로 노이즈를 제거하면서 깔끔한 음향을 제공한다. 아울러 심도 깊은 클로즈업으로 기존 공연과는 차별되는 즐거움과 감동을 제공할 예정이다. 수익금은 전액 예술단체에게 환원하면서 예술단체의 신규 수익원 창출에도 앞장선다.
지난달 25일에는 창작뮤지컬 ‘안테모사’와 전통예술 ‘완창판소리프로젝트2:강산제 수궁가’ 상영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재개봉하는 ‘안테모사’는 전국 CGV 12개 상영관(강릉, 광주터미널, 대전, 동대문, 부천, 서면, 순천신대, 용산아이파크몰, 울산진장)에서 예매 및 관람이 가능하다. 전국 9개 상영관에서 개봉하는 무용 ‘Hit & Run’과 연극 ‘의자 고치는 여인’도 각각 5월 6일과 20일 공개된다.
공연의 영상화가 진행되면서 온라인 플랫폼을 넘어 스크린으로 들여오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과제는 영상 콘텐츠의 질이다. 이 과정에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 공연의 영화화를 목적으로 하는 예술의 전당의 경우 편당 제작비를 적게는 1억에서 많게는 3억까지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재까지 티켓 수익을 공연단체가 가져가진 않는다. 아직까지 공연의 스크린 상영은 공익적인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공연예술계는 이런 문제를 매만져가며 영상 콘텐츠의 질을 높이고, 문턱을 낮추려는 시도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대중은 공연의 접근성을 높이려는 행보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뮤지컬 ‘웃는 남자’가 국내 창작뮤지컬 최초로 메가박스 영화관에서 정식 개봉하자 티켓은 불티나게 팔렸다. 지역 간 문화 격차를 해소하고 더 많은 사람이 우수예술 콘텐츠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였다. ‘웃는 남자’의 스크린화는 예술의전당 영상화사업 ‘싹온 스크린’(SAC on Screen) 일환이면서 전 세계 클래식 공연 영상을 엄선해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프로그램인 메가박스 ‘클래식 소사이어티’와 함께하는 프로젝트였다.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 팔라디움 극장에서 상연된 뮤지컬 ‘왕과 나’ 실황도 전국 CGV 14개 극장에서 29일부터 다음달 12일까지 한글 자막 버전으로 만날 수 있다. 19세기 말 시암을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왕실에 영어 교사 안나가 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동서양 문화 대립과 화해, 신뢰와 사랑을 그렸다.
박종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은 “우수한 공연예술 콘텐츠가 영상으로 담기고 유통의 통로를 찾고 경계를 넘어갈 때 순수 국내창작 초연작품의 가치가 더 커진다”며 “지역 관객들이 우수한 창작공연인 공연예술 창작산실 작품을 쉽게 만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