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방역 최일선에 서 있는 질병관리본부 직원 대부분은 과로에 시달린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29일 “대부분 직원이 통상 1~2시간 일찍 출근해 밤 10시 이후 퇴근한다”면서 “상황이 심각했던 3월에는 주말에도 거의 전 직원이 평일처럼 근무했다”고 말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을 비롯한 본부 내 직원들은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이후 한 달에 200시간가량 초과근무를 하는 실정이다.
이렇듯 ‘정은경 사단’이 코로나19와 밤샘 사투를 벌여도 월 70시간 외 나머지 130시간은 사실상 ‘공짜노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공무원 시간외근무수당은 최대 70시간만 인정해 주기 때문이다. 성과급은커녕 ‘열정페이’에 가까운 처우다.
대응책을 마련하는 중앙부처 공무원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급속도로 얼어붙은 일자리 업무를 담당하는 한 고용노동부 공무원은 이날 “지난달 초과근무시간을 계산해보니 130시간을 넘겼지만 실제로 인정된 근무시간은 절반에 불과했다”고 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업무 피로도는 쌓여가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대가를 요구할 수도 없는 처지다.
인사혁신처 등에 따르면 공무원 시간외근무수당은 1일에 4시간, 1개월에 57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다. 인사혁신처장이 재해·재난이나 긴급상황 발생으로 비상근무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만 휴일·토요일 근무를 포함해 최대 70시간까지 인정한다. 시급은 8798원~1만4072원이다. 설상가상으로 정 본부장 같은 4급 이상 간부 공무원은 시간외근무수당을 아예 받지 못한다.
정부 안팎에선 한시적으로라도 규정을 완화해 정당한 노동 대가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고용부는 인사혁신처에 ‘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을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며 의견서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인사혁신처는 명확한 입장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고용부 협조를 통해 코로나19로 초과근무 시간이 70시간을 넘는 공무원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파악해 볼 계획”이라면서도 “예규 개정으로 70시간 상한을 풀 수는 있지만 질병관리본부 등 특정부처 근무 상황만 보고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노동전문 대학교수는 “최근 국무총리가 공식 석상에서 ‘정 본부장 등 질병관리본부 공직자들에게 보너스를 주고 싶은 심정’이라고 밝혔지만, 정작 일한 만큼의 대가도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은 “법으로 근무시간을 제한하는 것부터 문제가 있고, 코로나19처럼 예외적인 상황이 존재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면서 “의도적으로 강제 노동을 심화시키는 것은 막아야 하지만, 근무시간과 수당 등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재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