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조용하지만 강력한 영향력”
기자 시절 中당국의 ‘정보통제’ 직접 경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중국 책임론을 부각하기 위해 썼던 ‘우한 바이러스’ 표현은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이 제안한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에서 기자로 활동하며 당국의 정보 통제를 직접 경험한 그가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적인 대중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코로나19 대응에 신뢰를 표했던 지난 2월, 포틴저 부보좌관은 바이러스가 중국 국경을 넘어 퍼지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그는 중국 지도부가 바이러스의 진원을 모호하게 하고 비난을 피하기 위해 대규모 은폐 및 심리전을 벌이고 있다고 판단했다. 미 정보 당국도 중국 정보원들이 의도적으로 허위 정보를 퍼뜨리는 징후를 포착했다.
포틴저 부보좌관은 즉각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고위 관리들에게 바이러스의 진원에 대한 오해가 없도록 ‘우한 바이러스’로 명명할 것을 촉구했다고 한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인종차별이라는 비판에도 한동안 공개석상에서 코로나19 대신 우한 바이러스, 중국 바이러스라는 표현을 썼다.
WP는 “이 에피소드는 백악관의 가장 중요한 중국 전문가의 조용하지만 강력한 영향력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지난 1월 중국발 여행객에 대한 미국 입국 금지 조치, 미 국무부의 중국 기자 비자 축소 방침 등도 포틴저 부보좌관이 처음 제안했거나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보건기구(WHO)에 대한 지원 중단 의사를 밝힌 이후 진행되고 있는 내부 검토작업도 그가 맡고 있다고 한다.
미 매사추세츠대에서 중국학을 전공한 포틴저 부보좌관은 로이터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기자로 일하면서 중국 등 아시아 관련 기사를 많이 쓴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취재 당시 당국에 취재 내용을 숨기려고 수첩을 변기에 넣었던 경험 등을 기사로 쓰기도 했다.
그는 2017년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함께 NSC에 합류해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맡았고 지난해 9월 부보좌관으로 승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1·2차 정상회담 조율 과정에서도 역할을 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