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축제 선정작 8편을 선보일 연출가들의 나이대가 30대 초반부터 60대 후반까지를 아우릅니다. 전쟁, 삶과 죽음, 재일한인의 슬픔, 페미니즘까지 전 세대의 문제를 전 세대의 시선으로 고민하는 ‘다양성’의 축제가 될 거예요.”
지난해 서울연극협회장에 취임해 서울연극제를 이끌고 있는 지춘성(55·사진) 집행위원장은 29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출품작 중 최고의 선정작을 엄선해 축제를 꾸렸다”고 자신했다.
1977년 ‘대한민국연극제’로 시작해 올해 41회째인 서울연극제가 오는 2일부터 31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등 대학로 일대에서 열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사명감을 갖고 축제를 진행하기로 했다. 대신 시민참여형 프로그램을 취소하고, 프린지 ‘서울창작공간연극축제’는 무관객 공연 후 하이라이트 영상을 유튜브로 공개하는 등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였다. 본 공연도 ‘거리두기 객석제’를 도입하고, 마스크 착용과 문진표 작성 등을 의무화할 예정이다.
지난해 서울연극제는 선보였던 연극 10편의 99회 공연 중 48회가 매진을 기록했다. 윤광진 구태환 김승철 김재엽 윤성호 김희영 이영은 신명민 등 중견과 신진이 두루 참여하는 올해 축제는 번역극과 창작극 4편씩으로 구성됐다. ‘혼마라비해?’(5월 2~10일), ‘전쟁터의 소풍’(5월 2~13일), ‘죽음의 집’(5월 2~13일)이 나란히 축제의 막을 올린다. 지 집행위원장은 “올해는 거리두기 좌석제로 객석이 절반으로 준 만큼 매진이 더 많길 바란다”며 “객석 점유율이 80%에 달했던 전년도와 비슷한 성과를 목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연극협회장을 맡기 전 협회 복지분과 이사로 5년 넘게 일했던 지 집행위원장은 회장 임기를 마치는 내년까지 연극인의 복지를 개선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크다. 올해 축제의 작품별 지원금을 기존 2200만원(소극장), 3200만원(대극장)에서 각각 3000만원, 4000만원으로 늘린 것도 이 때문이다. 지 집행위원장은 “연극인들은 ‘생존’의 문제와 싸우고 있다. 국회에 계류 중인 ‘예술인고용보험법’과 ‘예술인권리보장법’이 21대 국회에서는 통과되도록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 연극인의 과제는 코로나19 속 연극이 희망의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며 “서울연극제가 그 시작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