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팔’ 측근 자백에 무너지는 ‘라임 핵심’ 김봉현

입력 2020-04-29 16:59


수원여객 241억원 횡령 사태 책임 돌리기에 나선 ‘라임 핵심’ 김봉현(46·구속)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오른팔’의 자백에 부딪혔다. 김 전 회장은 횡령 사태가 수원여객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있다 지난해 해외로 도피한 김모(42)씨의 주도로 벌어진 일이며, 자신은 적법하게 돈을 빌렸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먼저 재판에 넘겨진 공범 김모(58·구속 기소) 전 재향군인회 상조회 대표이사는 이미 “김 전 회장의 지시였다”고 시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대표는 경기남부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조사 과정에서 “김 전 회장의 지시로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고 이 과정에서 사문서도 위조하게 됐다”고 자백했다. 김 전 대표는 수원여객 명의의 우리은행 계좌에서 4개 법인 계좌로 26회에 걸쳐 241억원을 송금한 혐의(특경가법상 횡령)로 지난 24일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수원여객에서는 S홀딩스 등 정체모를 법인들로 적게는 수억원, 많게는 120억원가량이 각각 흘러간 정황이 드러났었다.

김 전 회장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적법하게 대여받은 돈이며, 기업 투자와 인수에 썼을 뿐”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김 전 대표는 수원여객 자금이 흘러가는 근거로 쓰인 금전대차계약서 등 각종 문서도 사실상 위조된 것이라고 자백했다고 한다. 김 전 대표의 자백 진술, 금원이 흘러들어간 법인 관계자들의 소환 조사 내용을 두루 검토한 경찰은 김 전 회장이 사실과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본다.

경찰은 애초부터 김 전 대표가 김 전 회장의 ‘오른팔’처럼 활동해 왔다고 파악해 왔다. 김 전 회장의 도피 당시 김 전 대표가 시중은행에서 거액 수표를 인출하는 장면도 포착됐었다. 이런 김 전 대표는 향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는 태도로 김 전 회장과 각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대표는 지난 1~2월 ‘라임 일당’이 향군상조회를 소유했던 시절 발생한 거액 유출 사태에도 얽혀 서울남부지검에 고소돼 있다.

김 전 회장의 신병을 확보한 경찰은 일단 수원여객 횡령 사태를 복원하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수원여객에서 빼돌려진 돈 중 90억원은 대부분 김 전 회장의 ‘기업사냥’ 인수자금으로 쓰였다는 게 현재까지 경찰의 판단이다. 경찰은 김 전 회장으로부터 압수한 업무수첩 속에 있는 이름, 액수를 토대로 이 같이 결론지었다.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지 않고 개인적으로 투자한 돈이라는 점에서 횡령 혐의 적용에 무리가 없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수원여객 횡령 자금 중 5억원의 용처는 상품권 구입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상품권은 비자금이나 로비, 리베이트의 악용 수단으로 쓰인 전례가 많다. 김 전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은 서울남부지검에서도 계속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라임자산운용이 업계 1위가 되고, ‘폰지 사기’를 버젓이 자행할 수 있었느냐”는 의문이 사회적으로 제기됨에 따라 서울남부지검 수사팀이 증원됐었다.

김 전 회장은 기업 인수, 상품권 구매 이외에도 1000만원~2000만원가량을 교회에 헌금으로 냈다. 기독교 신자로 알려진 김 전 회장은 검거될 때 수첩 2권이 압수됐는데, 이중 1권에는 성경 구절이 적혀 있었다. 경찰은 마지막 은신처였던 서울 성북구 게스트하우스에서 발견된 5억3000만원의 출처도 수사 중이다.

구승은 정현수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