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 8명을 협박하고 성착취물을 제작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첫 재판에 출석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이현우)는 29일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위반(음란물제작·배포 등) 등 혐의로 기소된 조주빈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준비기일은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지만 조주빈과 공익근무요원 강모(24)씨는 예상과 달리 녹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공범인 ‘태평양’ 이모(16)군은 불출석했다.
조주빈은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한 채 담담한 표정으로 재판을 지켜봤다. 종종 방청석을 뚫어지게 쳐다보기도 했다. 재판부가 직업을 묻자 조주빈은 “없다”고 답했다. 강씨는 주소를 묻는 질문에 사람들을 의식한 듯 빠르게 말했다. 이날 피고인들 모두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재판 일부를 비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피해자 측 변호사들은 피해자 보호를 위해 재판 전체를 비공개해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재판부는 “다소 고민이 있었지만 이 사건은 국민들 관심이 높고, 언론에 보도돼 국민 알권리도 충족해야 할 이유가 충분해 보인다”면서 “모두 비공개는 어렵다. 증거 조사 절차 등 2차 피해가 가해질 부분은 비공개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검찰의 공소사실 낭독 절차는 피해자 이름이나 가명이 노출될 우려가 있어 비공개로 전환됐다.
피고인들의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 진술은 공개로 진행됐다. 조주빈 측 변호인은 성착취물 제작, 유포 등 혐의 대부분을 인정하면서도 일부 협박, 아동·청소년 강제추행, 강간미수, 강요 등 혐의를 부인했다.
강씨 측 변호인은 “강씨도 스폰서를 모집한다는 홍보 글을 게시했기 때문에 피해자들에 대해 결과적으로 책임이 있어 공소사실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군 측 변호인은 다음 공판 준비기일에 의견을 밝히기로 했다.
재판이 끝난 뒤 조주빈 측 변호인은 취재진을 만나 “조씨가 깊이 반성하고 처벌을 달게 받을 각오를 하고 있어 오늘 출석했다”며 “수십 개 범죄 중 한두 개를 부인한다고 형량이 달라지지 않으니 형량을 깎겠다는 의도는 아니고, 형사 소송은 진실을 밝히는 것이라 일부 부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원 규모가 26만명이라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는 “제가 알고 있는 바로는 무료인 일반방에서 많아야 1000명대이고, 유료는 수십명 아닐까 추측한다”고 말했다.
조주빈은 총 14개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아동·청소년 8명을, 지난해 5월부터 지난 2월까지 성인 피해자 17명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텔레그램에 판매·배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해 10월 피해자 A양(15)에게 나체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고 다른 이를 통해 강간미수 등을 하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밖에 지난 1월 박사방 관련 프로그램 방송을 막을 목적으로 피해자에게 극단적 선택을 예고하는 내용의 녹화를 하게 하는 등 지난해 9월부터 지난 2월까지 5명에게 박사방 홍보 영상 등 촬영을 강요한 혐의도 받는다.
강씨는 2018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총 17회에 걸쳐 학창시절 담임교사 A씨를 협박한 혐의,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이용해 A씨와 그 가족들의 개인정보를 무단 조회하고 조주빈에게 A씨 딸을 살해해달라며 정보를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또 살인 청부를 하며 조주빈에게 400만원을 교부한 혐의도 병합됐다.
이군은 조주빈과 함께 재판에 넘겨지면서 지난해 5월부터 지난 2월까지 성인 17명의 성착취 영상물 등을 박사방에 게시하고, 지난해 11월쯤 박사방 중 하나를 관리한 혐의가 있다. 이군 역시 앞서 기소된 아동·청소년 음란물 제작·배포 혐의가 병합됐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