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시민과 자영업자를 위한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많은 지원책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지원 대상인 시민들은 물론 정책을 집행하는 공무원 사이에도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는 불평이 터져 나온다.
서울의 한 주민센터에서 아동돌봄쿠폰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A씨는 최근 코로나19 지원금 정책에 대한 문의에 대응하느라 종일 진을 빼고 있다. A씨는 29일 “하루에도 수십통씩 전화가 온다”며 “주로 돌봄쿠폰과 서울시 재난긴급생활비의 중복 지원이 가능한지에 대한 문의와 돌봄포인트 지급 시기에 대한 문의가 대부분”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 일만 하는 것도 아닌데, 코로나19 돌봄구폰 이외의 업무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코로나19 지원책이 너무 많아서 나도 헷갈릴 지경”이라며 “정책도 여러 종류인 데다 지침도 계속 바뀌어 일선에선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지침에 따라 신청이 안된다고 안내했는데, 다음날 바뀐 지침에 내려와 다시 안내하다가 종일 욕을 먹은 날도 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지자체와 중앙정부의 정책 변경도 잦다. 최근 서울시는 노인 일자리 사업 참여자에 대해선 재난긴급생활비를 지원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가 이를 번복했다.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인한 수입이 크지도 않고,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노인 일자리 사업이 중단된 곳도 많은데 이들을 지원대상에서 제외하는 건 저소득층과 소외계층을 위한 재난긴급생활비의 도입 취지에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 탓이다.
쏟아지는 지원책에 정신없는 건 시민들도 마찬가지다. 50대 직장인 오모씨는 “여기저기서 지원금을 준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어떤 지원금을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고 했다. 오씨는 “90대인 어머니는 내가 신청해줘야만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데 사실 나도 지원금에 대해 아는 게 없어 주민센터에 가보려 한다”며 “자식도 없이 혼자 살면서 인터넷도 할 줄 모르는 어르신들은 어떻게 신청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음 달 지급을 목표로 정부가 논의 중인 긴급재난지원금 뿐 아니라 현재 각 지자체와 고용부, 보건복지부 등 중앙부처가 내놓은 지원금 종류는 수십 가지에 이른다. 하지만 지원자격 및 대상이 제각각이라 현장에서는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경기도민은 경기도가 제공하는 재난기본소득 외에 도내 31개 시·군의 개별 지원금도 수령 가능하다. 이 때문에 인터넷에서는 도 지원금과 시·군 지원금 중복 수령 여부를 묻는 이들이 적지 않다.
또 중앙부처와 지자체마다 중복수령 기준이 다른 것도 시민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가령 서울시 재난긴급생활비는 아동돌봄쿠폰과의 중복지원이 불가능한 반면,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은 아동돌봄쿠폰과 함께 받을 수 있다. 또 정부가 지급 준비중인 긴급재난지원금도 아동돌봄쿠폰과 중복수령이 가능하다.
A씨는 “정부 각 부처가 마치 경쟁하듯 코로나19 지원 정책을 쏟아내는 것 같다”며 “발표하기 전에 유관 부처 및 지자체와 조금 더 조율을 거쳐 발표해주면 현장의 혼선이 금방 사그라들 것 같다”고 말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