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호실적에도…“전례 없는 위기, 예측 어렵다”

입력 2020-04-29 16:34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코로나19 위기에도 불구하고 1분기 실적 선방에 성공했다. 특히 삼성은 반도체에서만 4조원가량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타 부문을 압도했다. 하지만 2분기 이후에 모바일·가전 제품의 수요 위축과 생산 중단 등 여파가 본격 영향을 미치면서 양사 실적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29일 1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매출 55조3300억원, 영업이익 6조45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1분기 매출은 디스플레이, CE(소비자가전) 시장이 비수기에 접어들었고, 코로나19 영향권에 접어들면서 전분기 대비 7.6% 하락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서버와 PC용 반도체 부품 수요 증가 등으로 5.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4% 늘었지만, 전분기 대비로는 9.9% 하락했다.

삼성의 영업익 대부분은 반도체 사업에서 나왔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해 4월 ‘2030년 시스템반도체 글로벌 1위 목표’를 선언한 지 1년 만에 비메모리 사업에서 4조5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냈다. 반도체 전체 매출은 17조6400억원으로 이중 비메모리 매출이 4분의 1 수준이지만 전년 동기 대비 50%나 성장한 결과다. 메모리 부문을 주력으로 삼아온 삼성전자가 꾸준히 시장이 커가는 비메모리 분야에서 가속도를 내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반도체 시장은 코로나19가 빠르게 종식된다는 가정 하에 새롭게 도약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미 미디어 스트리밍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아온 데다, 재택근무와 온라인 교육 증가로 서버와 PC 중심의 수요가 꾸준할 것으로 삼성은 내다봤다. 향후에도 고사양·고성능 메모리 위주의 수요가 메모리 분야의 견조한 성장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이날 반도체 협력사에 사상 최대 규모인 805억원 규모의 인센티브를 지급한다고 공시했다.




IM(IT·모바일) 부문도 영업익 2조6500억원을 기록하며 수익성이 개선됐다. 삼성전자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1분기 휴대전화 6400만대, 태블릿 500만대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여파로 스마트폰 판매량이 전분기 대비 감소했으나 새 플래그십 제품인 갤럭시S20 울트라 모델이 예상 대비 높은 판매 비중을 보였고, 갤럭시Z플립도 판매 호조를 보였다. 높은 가격의 제품들인 만큼 평균판매단가(ASP)가 지난해보다 크게 상승했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에 출시될 갤럭시 노트와 폴더블 신제품을 차질 없이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CE부문은 TV사업에서 코로나19와 계절적 비수기로 실적이 줄었지만, 세탁기·건조기를 포함한 프리미엄 생활 가전에서 판매호조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2분기 TV시장에서 세계적인 수요 감소가 예상되는 만큼 국가별 판매계획 조정도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2분기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실적 하락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서병훈 부사장은 컨퍼런스콜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전례 없는 상황을 겪고 있다. 영향이 어느 정도 일지, 피해를 가늠하기 어렵다. 연간 가이던스(실적 전망치) 제공도 어렵다”고 밝혔다. 사태가 장기화되면 모바일·가전 수요 위축과 매장 폐쇄, 공장 가동 중단 영향으로 주요 제품의 판매량이 큰 폭으로 하락할 것으로 봤다.


LG전자도 1분기 깜짝 실적을 내놨다. LG전자는 이날 1분기 매출 14조7278억원, 영업이익 1조90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1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은 것은 2018년 1분기 이후 두 번째다. 주요 사업인 가전과 TV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둔 데다, 연결 실적으로 반영되는 LG이노텍의 실적이 호전된 것이 호성적으로 이어졌다.

LG전자 역시 2분기 글로벌 경기에 불확실성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도쿄올림픽 등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 취소 여파로 TV시장의 본격적인 수요 감소도 예상된다. 삼성과 LG 모두 이를 계기로 프리미엄 제품의 비중을 확대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리더십을 확보한다는 포부다. LG전자 측은 “글로벌 생활가전 시장은 수요침체가 이어지며 가전업체들 간의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온라인 판매 확대 등 추가 매출의 기회를 확보하고 프리미엄 제품의 비중 확대와 자원투입 최적화·원가구조 개선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