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코로나 백신 나올까…화이자 등 제약사들 경쟁

입력 2020-04-29 16:12 수정 2020-04-29 16:14
미국 뉴욕 소재 화이자 제약 본사에 설치된 기업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전세계 제약사와 의약품 연구소들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 등이 올 가을을 목표로 경쟁에 뛰어들면서 일반에 공급 가능한 백신이 적어도 연말까지는 개발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화이자가 독일 바이온테크와 손잡고 백신 개발에 나섰으며 이르면 올 가을 응급용 백신을 생산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화이자와 바이온테크가 개발하는 백신은 메신저 리보핵산(mRNA) 기술을 바탕으로 설계됐다. mRNA는 DNA가 보내는 신호를 체세포에 전달해 특정 단백질을 만들도록 하는 것이다. 화이자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5억 달러(약 6100억원)를 투자하고 양산 역량을 확충하는 데 추가로 1억5000만 달러(약 1800억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화이자는 다음주 미국에서 백신의 임상실험을 개시한다. 그 결과는 이르면 다음달에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목표대로라면 화이자는 가을에 응급용 백신을 우선 생산하고 연말까지 백신의 일반 사용을 위한 허가를 받게 된다.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는 “코로나19는 지금 당장의 위기이고, 모두가 간절히 해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이미 여러 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존슨앤존슨은 이달 초 “일반적인 백신 개발보다 속도가 수개월 앞서고 있다”면서 “오는 9월 인체를 대상으로 임상 실험을 시작해 내년 초엔 응급용 백신 사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옥스퍼드대 제너연구소도 “규제당국의 긴급 승인이 떨어진다면 최초 수백만 회분의 백신을 9월까지 개발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간 에볼라 백신 등을 생산해 온 머크도 다양한 수요를 고려해 후보 백신 3가지를 두고 관련 기업과 함께 개발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켄 프레이지어 머크 CEO는 “전세계 수요를 충족시키시 위해선 1가지 이상의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돼야 한다”면서 “바이러스에 매우 취약한 고령자에게 필요한 백신과 건강한 어린이에게 필요한 백신이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프레이지어는 머크의 백신 개발 목표 시점에 대해선 말을 아꼈지만 “이미 임상실험에 돌입했기 때문에 경쟁사들보다 뒤쳐져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완료되기 위해선 안전성 입증과 임상실험 등 쉽지 않은 과정을 지나야 한다. 백신이 개발되는 데는 수년이 걸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2013년 온라인 학술지 플로스원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후보 백신이 전(前)임상시험 단계부터 출시까지 과정을 완료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평균 10.7년, 생산 성공률은 6%다. 2016년 에볼라 백신의 경우에도 바이러스가 사그라들기 전에 백신을 개발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백신의 경우는 다르다. 미국 애틀란타 소재 에모리 백신센터의 월터 오런스타인 박사는 “바이러스를 규명한 시점으로부터 1년 반 가량의 기간 안에 백신이 개발된 것을 이전에는 본 적이 없다”면서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이 빠른 시일 안에 생산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백신 개발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연구개발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