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순부터 김정은 친필 결재 안 보여” 日한반도전문가

입력 2020-04-29 15:43 수정 2020-04-29 17:13
마키노 요시히로 아사히신문 편집위원, 기고문에서 주장
“이달 중순부터 친필 결재서류 하달 안돼…北 국정공백 가능성 시사”
지난 2월 독일 의료진 불러 치료, 두 달만에 다시 쓰러진 듯
金, 18일째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김 위원장은 이날 이후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아 신변 이상설이 불거졌다. 연합뉴스

북한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필이 적힌 ‘1호 제의서’가 노동당과 각 기관에 하달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18일째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아 신변 이상설이 불거진 김 위원장이 정상적인 업무를 못 보고 있다는 정황이 계속 나오고 있다.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마키노 요시히로 아사히신문 편집위원은 29일 주간지 겐다이비즈니스에 기고한 글에서 고위 탈북자를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1호 제의서는 최고지도자의 결재를 받기 위한 서류다. 김 위원장은 제의서가 올라오면 사인하고 구체적인 지시 내용을 적어 내려보내는데, 이달 중순 이후 보름 가까이 친필이 적힌 서류가 돌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마키노 위원은 “적어도 김 위원장이 정상적인 집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황임은 분명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위원장 전용으로 보이는 열차가 강원도 원산역을 거점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해서 그가 건재하다는 것은 아니다”며 “권력 공백을 의식한 위장공작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지난 21일 위성에 찍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강원도 원산 휴양단지 모습. AP연합뉴스

그는 또 김 위원장이 지난 2월 독일 의료진으로부터 치료를 받았고 당시 치료는 문제 없이 끝났지만 두 달 만에 다시 쓰러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급한 ‘오래된 문건’도 바로 이 때 상황을 가리킨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수술 이후 심각한 위험에 빠졌다’는 지난 20일(현지시간) CNN방송 보도에 대해 “오래된 문건에 근거한 것”이라고 했었다.

북한의 국정 공백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황은 또 있다. 북한은 지난 23일 일본 해상에서 실시된 미·일 연합공중훈련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통상 북한은 한·미, 미·일 연합훈련이 벌어지면 관영 매체 등을 통해 강도 높은 비난 성명을 발표했었다. 북한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지시 없이는 비난 수위를 결정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북한 내부 분위기는 심상치 않아 보인다.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는 함경북도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접경지역에서 김정은 사망설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데도 당국이 손을 놓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고지도자와 관련된 소문이 돌면 당국이 주민 강연회 등을 열어 입단속을 시키거나 으름장을 놓기 마련인데 최근에는 그런 움직임이 없어 주민들 사이에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데일리NK는 또 평양 뿐 아니라 일부 지방에서도 쌀 밀가루 조미료 등 사재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