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수확량 1400㎏ 예상…전망치 웃돌아
하반기 2차 시험도 시행
물 사용량 줄이는 게 관건 될 듯
한국산 벼를 사막에서 국내 기술로 재배하는 초유의 실험이 성공했다.(국민일보 1월 2일자 1·3면 보도) 다음달 초 첫 수확이라는 결실을 맺는다. 16가마니(80㎏) 정도의 햅쌀이 수확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 같은 품종을 동일한 면적에 심었을 때보다 생산량이 1.5배 가까이 많다.
첫 삽을 뜰 때만 해도 알칼리성 모래 토양이라는 난관 극복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국내 농업 기술이 활로를 뚫었다. 재배부터 수확까지 전 과정에서 성공을 거두면서 후속 작업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상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인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시험 방식이 시도될 전망이다.
농촌진흥청은 아랍에미리트(UAE) 샤르자 지방의 알 다이드(Al Dhaid)에서 재배해 온 벼를 다음달 5일 첫 수확한다고 29일 밝혔다. ‘사막 벼농사 프로젝트’로 불리는 해당 사업은 2018년 3월 한국과 UAE 정상회담 이후 실현됐다. 지난해 11월 25일 알 다이드의 ‘UAE 기후변화환경부(MOCCAE) 농업혁신센터’ 내 1890㎡ 부지에 파종하며 첫 삽을 떴다. 한국에서 개발한 열대기후 품종 ‘아세미’(90%)와 염분에 강한 해외 품종 ‘FL478’(10%)을 시험했다. 모래를 40㎝ 깊이로 파낸 뒤 물이 새지 않도록 방수 부직포를 깔고 다시 모래를 덮은 실증 토양에 싹을 틔웠다.
5개월여가 지난 뒤 예상보다 고무적인 결과가 나왔다. 1차 수확량 추정치는 1400㎏ 정도다. 벼 껍질을 벗겨 내는 도정 과정을 거치면 1300㎏(16.3가마니) 정도의 햅쌀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달 10일 예정된 2차 수확량을 고려하면 1000㎡ 당 793㎏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평가됐다. 농진청 관계자는 “한국에서 동일 면적에 아세미를 심었을 때보다 생산량이 47% 정도 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당초 모래 토양의 수소이온지수(pH) 농도가 8.5로 높아 수확에 성공 물량이 많지 않을 거라는 전망을 뛰어 넘었다. 벼는 일반적으로 pH 5.8~6.0의 약산성 토양에서 잘 자란다. 실제 지난해 12월부터 1월까지 알칼리 성분 때문에 벼 잎이 노랗게 변하는 ‘황하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긴급히 토양중화제 처리를 하고 용수의 알칼리 성분을 줄여 대응하며 고비를 넘긴 결과가 수확이란 결실로 돌아왔다.
사막 벼 재배 1차 성공을 발판으로 올해 하반기에는 2차 시험도 진행한다. 물 사용량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 지를 시험할 계획이다. 1차 시험에 도입한 재배 방식보다 물 사용량을 70% 정도 줄이는 ‘고랑 재배’ 방식 등을 시도하기로 했다. 바닷물을 담수화해 쓰는 UAE 현지 상황 상 물 비용을 줄이는 게 승부처라고 본 것이다. 농진청에 따르면 가마니 당 필요한 물 가격만도 21만원에 달한다. 이 비용을 줄일수록 경제성은 높아진다.
다만 2차 시험까지 성공하더라도 상용화까지는 시일이 걸린다. 김경규 농진청장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가능성을 확인한 상태다. 상용화에는 최소 3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