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 빨래’ 교사 “교육이 맘카페에 휘둘려선 안돼”

입력 2020-04-29 14:06 수정 2020-04-29 14:14
교사 A씨 sns 캡쳐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속옷 빨래 숙제를 내준 뒤 부적절한 성적표현으로 도마에 오른 초등 교사 A씨가 교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A씨는 “연예인이 자살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며 자신을 향한 비난을 ‘마녀사냥’으로 규정했다.

A씨는 29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에서 자신의 파면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을 거론하며 “아이들이 ‘섹시팬티 변태교사’라고 생각할 텐데 그 상황에서 무슨 교육이 이루어지겠나. 저를 징계 내려서 다른 학교로 옮기면 (사건이) 마무리가 되나”라며 “교사가 아이들 곁을 떠나 함께할 수 없다. 정직을 받든 감봉을 받든 생활하고 싶지 않다. 제 발로 나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A씨는 파면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 등 쏟아지는 비난을 “마녀사냥”으로 규정했다. 그는 “좋은 댓글들도 많이 달았는데 ‘섹시’라는 표현을 쓴 거, 성인지 감수성 떨어진 것도 잘못했다. 예전에 올린 ‘누드김밥’ ‘부란감’ ‘단톡방 후배님 아재개그’ 다 잘못했다”면서도 “정말 이건 아니다. 그분들(네티즌들) 또한 자신의 가족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왜 모르는지 안타깝다”고 적었다.

A씨는 또 “하루에도 모르는 번호 수십개로부터 전화가 온다. 개인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서는 수백 명이 욕설을 보낸다. 나갈 수도 없게 초대돼 단체대화방에서 욕설을 듣는다”며 “그분(최초 문제를 제기한 학부모)은 저를 교사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우리 가족이 죄인처럼 살기를 바라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녀사냥, 남의 일인 줄 알았다. 왜 연예인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지 알 것 같다”고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캡쳐

A씨는 또 “맘카페 실명제를 위한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싶다”고도 했다. 그는 “모두가 알고 있다. 맘카페나 온라인 커뮤니티 같은 곳이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든다”면서 “더는 교육이 맘카페나 익명의 네티즌들로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주변인들에게 ‘인터넷 실명제’ 챌린지 동참을 요구하기도 했다.

A씨는 마지막으로 “이 글로 인해 익명으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이 몇 명이라도 줄어든다면, 조금 더 따뜻한 세상이 될 것이다”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앞서 A씨는 효행 숙제로 ‘자기 팬티 빨기(세탁)’를 내주며 사진을 찍어 올려달라고 요구하는 등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을 향한 부적절한 성적 표현으로 도마에 올랐다. A씨가 ‘부란감’ ‘누드김밥’ 등 과거 블로그에 올렸던 글이 재조명되며 비난 여론은 더욱 커졌다. 심지어 A씨의 파면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까지 올라왔다. 29일 오후 1시 50분 기준 이 글에는 10만 9000여명이 동의했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