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 씁쓸” 태영호에 김병기 “적에 헌신하지 않았나”

입력 2020-04-29 13:22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후보자 조동호) 인사청문회에서 김병기 의원(좌)이 질의하고 있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 강남구갑에 출마한 태영호 미래통합당 후보(우)가 15일 서울 강남구 선거사무소에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 태 후보 승리로 예측되자 지지자들과 환호하고 있다. 뉴시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몇 년 전까지 우리의 적을 위해 헌신했던 사실을 잊지 마시고 더욱 겸손하고 언행에 신중하는 건 어떻겠나”라며 태영호 미래통합당 서울 강남갑 당선인을 비판했다.

김 의원은 지난 2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오늘 20대 이후 대부분 생을 안보 라인에서 보냈던 제가 20대 이후 대한민국을 증오하고 험담하는데 대부분의 생을 보냈을 분한테 한 소리 들었다. 웃고 넘어가려다 먼저 간 동료들이 생각나 한 자 적는다”며 운을 뗐다.

김 의원은 “사실을 토대로 한 냉철한 분석과 전망, 다양한 의견에 대한 존중이 필수적이다”라는 태 당선인의 발언을 인용하며 “정부 기관이 가지고 있지 않은 김정은 신변에 관한 의미 있는 정보가 있나. 만약 있으면 연락 달라”고 적었다.

김 의원은 이어 “(정보가 있으면) 어떻게 획득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일생을 정보기관에 근무했던 사람으로서 제 발언에 대해 정중하게 사과드리겠다”며 “그리고 저는 국정원과 통일부, 군·경의 북한정보파트 예산을 전액 삭감할 것이다. 태 당선인 한 명보다 못한 능력이라면, 태 당선인이 그 첩보를 어디에서 획득했는지 알지도 못하는 조직은 없애버리고 태 당선인께 그 예산을 다 드려야 할 것이다”라고 했다.

김 의원은 태 당선인에게 근거의 출처를 밝힐 것을 요구했다. 그는 “그런데 태 당선인이 김정은과 관련하여 사실에 기반한 정보가 없다면 무슨 수로 사실을 토대로 냉철한 분석을 하실 수 있겠나”라며 “제가 태 당선인에게 요구하는 것은 상상이나 의혹이 아니라 출처다. 내가 태 당선인을 믿지 않는 것은 정치 때문이 아니라 근거도 없이 혼란을 가중하는 언행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마지막으로 “태 당선인은 자신의 전 생애에 대해서 검증을 받았다고 생각하나. 그렇지 않다고 생각되시면 몇 년 전까지 우리의 적을 위해 헌신했던 사실을 잊지 마시고 더욱 겸손하고 언행에 신중하면 어떻겠나”라며 글을 맺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인민군 군단별 박격포병 구분대 포사격훈련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TV가 10일 보도했다. 뉴시스

앞서 김 의원은 지난 2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최근 전화를 수십 통 받았다. 많은 분이 ‘태XX가 그러는데’라고 말하면 저는 ‘그분이 무슨 정보가 있을 수 있나. 있으면 스파이지요’라고 답한다. 그러면 상대방이 ‘유고시 김평일이…’라고 운운한다”며 “이러면 웃다 못해 할 말을 잃어버린다. ‘정부 판단을 믿으시지요’라는 말로 마무리한다”고 적었다.

이에 태 당선인은 이튿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그런데 저의 이러한 견해 표명에 대해, ‘정보 있으면 스파이다’ ‘알면 얼마나 안다고’ 운운하며 저를 비방하는 일부 정치인과 관련자의 행태를 접하면서 ‘이런 것이 정치인가’라는 씁쓸한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심경을 밝혔다.

태 당선인은 이어 “김정은 신변문제를 비롯한 북한 문제에 대해 얼마든지 다양한 견해와 분석이 오가고,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것이 왜 정치적으로 공격의 빌미가 되고, 편 가르기에 이용되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적었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