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가세…中 “항모 공격용” 긴장

입력 2020-04-29 13:22 수정 2020-04-29 13:25
지난해 10월 1일 열병식에서 공개된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둥펑-17.CCTV캡처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들의 경쟁이 치열한 극초음속 무기 개발에 일본이 본격 뛰어들면서 중국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일본은 중국과 영유권 분쟁 중인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등 낙도 방어뿐 아니라 중국의 항공모함 타격을 목표로 한 개량형 미사일까지 만들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일본 방위성은 2026년까지 극초음속 활공체(hypersonic glide vehicle)로 불리는 신형 미사일의 초기 버전을 실전 배치하고, 2028년에는 항공모함까지 공격할 수 있는 개량 버전을 배치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극초음속 무기는 최소 마하 5(시속 6120㎞)의 속도로 지구상 어느 곳이든 1시간 이내에 타격할 수 있다.

탄도 미사일에 탑재돼 발사되는 극초음속 활공체는 공기 저항이 거의 없는 대기권까지 날아가 탄두 부분이 분리된 뒤 급속히 하강하며 속도를 끌어올려 목표물을 타격한다.

위성항법장치(GPS) 등으로 유도하기 때문에 비행 궤도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어 적의 미사일 방어망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일본은 방어용을 넘어서는 군사력을 보유하지 않는다는 전수방위 원칙을 의식해 극초음속 미사일의 사거리를 500㎞로 제한할 방침이다.

하지만 일본 오키나와 본섬에서 약 420㎞ 떨어져 있는 센카쿠까지 극초음속 미사일의 사거리에 들어가기 때문에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중국에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현재 육상자위대가 보유한 미사일은 사거리가 200㎞ 이내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일본이 2026년까지 배치할 극초음속 미사일은 육상 타격용이지만, 2028년까지 배치할 개량형에는 적 함정까지 공격할 수 있다.

이 극초음속 미사일에는 항공모함 갑판을 관통해 내부에서 폭발하는 탄두가 장착될 예정이다. 함재기의 이·착륙을 막아 항모 전단을 초기에 무력화시킨다는 계획이어서 랴오닝함 등 중국의 항공 모함에 큰 위협이 될 전망이다.

베이징의 군사전문가 저우천밍은 “일본이 성공적으로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하면 중국 해군의 활동에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일본 국내 정치나 외교, 기술적 난관 등 불확실성이 있지만 우리는 이 프로그램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해 세계 최초로 극초음속 탄도미사일 ‘둥펑(東風·DF)-17’을 실전 배치했다고 발표했고, 지난해 10월 1일 신중국 건국 70주년 열병식 때 선보였다.

러시아도 지난해 12월 극초음속 미사일 ‘아방가르드’를 실전 배치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아방가르드가 음속의 27배 빠르기로 비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도 2022년 개발 완료를 목표로 육상과 해상, 공중에 모두 배치할 수 있는 극초음속 무기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