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개막이 연기된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가 이미 판매된 티켓 환불을 검토하고 있다. 연기된 일부 일정이 아예 취소되거나 재개되더라도 무관중 경기만 치뤄질 가능성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MLB 사무국이 각 구단에 환불 정책을 각자 상황에 맞게 재검토하도록 허가했다고 보도했다. 지금까지 MLB 사무국은 공식적으로 환불을 허가하지 않아왔다. 각 구단들은 이번 조치에 따라 환불 관련 정책을 조만간 개별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조치는 캘리포니아주에서 팬들이 MLB 30개 구단과 티켓 중개업체들을 상대로 티켓 환불을 요구하는 집단 소송을 제기한 뒤 이뤄졌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따르면 팬들은 소장에서 “경기장들이 앞으로 한동안 비어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경제 위기의 와중에 야구 팬들은 비싸기만하고 쓸 수도 없는 경기 티켓을 떠맡고 있어야만 한다”고 항의했다.
지역 일간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에 따르면 MLB 일부 구단은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일부 팬들에게 개별적으로 비공식 환불 절차를 진행해오기도 했다.
현재로서 MLB가 본래 예정된 경기 전부를 각 구단들의 구장에서 소화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WSJ는 “애리조나주 피닉스 지역에 모든 선수들과 경기 진행에 필요한 관계자들을 격리시켜 일정을 무관중으로 한꺼번에 진행하는 방안, 선수단을 플로리다주나 애리조나주 등에 위치한 각자의 스프링캠프 장소로 보내 일정을 진행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미 전역에서는 프로스포츠와 콘서트 공연 환불을 거부하는 사례가 보고돼 미 정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 하원 에너지 상거래위원회의 프랭크 펄론 위원장은 “이 같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팬들이 필요한 돈을 아낄 수 있도록 티켓과 부수비용 등 완전 환불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발언했다. 공화당 일부 의원들은 티켓 중개업체 티켓마스터를 상대로 연기된 행사 티켓 환불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