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에 골프장만 붐볐다?… 기업들 체감경기는 12년4개월래 최악

입력 2020-04-29 12:10 수정 2020-04-30 15:27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골프장 이용객 등이 늘면서 예술·스포츠·여가업종 체감 경기는 크게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기업이 체감하는 경기는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금융위기 수준으로 나빠졌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올해 4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보면 4월 전체 산업 업황BSI는 51로 전달보다 3포인트 하락하며 금융위기 시절인 2008년 12월(51)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BSI는 기업이 현재 기업경영상황과 향후 전망을 어떻게 판단하는지를 보여준다. 수치가 낮을수록 업황을 나쁘게, 높을수록 좋게 본다는 뜻이다.


제조업 업황실적지수는 4포인트 떨어진 52로 2009년 2월(43) 이후 가장 낮았다. 제조업 중 전기장비와 자동차의 하락폭이 각각 12포인트, 10포인트로 두드러졌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대내외 여건 악화는 자동차 부품 수출에 타격을 줘 자동차 산업을 어렵게 만들고 이는 다시 후방산업인 전기장비 부문에 연쇄 충격을 줬다. 반도체와 통신장비 관련 전자부품 수출 부진으로 전자·영상·통신장비의 4월 업황실적지수도 3포인트 하락했다.

서비스업이 포함된 비제조업도 3포인트 하락하며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3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50을 기록했다. 산업용 전기·가스 판매 부진으로 전기·가스·증기 부문이 18포인트 빠졌고. 건설 수주 감소로 건설업도 9포인트 내렸다.

눈에 띠는 점은 전반적인 지표 악화 속에서 16포인트 오른 예술·스포츠·여가의 업황실적지수다. 한은은 골프장 이용객 증가를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만남이나 외출 자제와 함께 물리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사람끼리 비교적 먼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골프장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판단해 이용자가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업황실적지수는 대기업(-6포인트) 중소기업(-1포인트) 모두 하락하며 각각 2009년 3월(59)과 2월(44) 이후 가장 낮은 59, 43을 기록했다.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체감경기가 금융위기 당시 수준으로 주저앉은 것이다.

내수기업은 전달과 같은 51을 유지한 반면 수출기업은 55로 8포인트 하락하며 2009년 2월(40) 이후 최저를 보였다. 지난달 중순 이후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글로벌 수요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수출기업들의 위기감이 더욱 고조된 것으로 분석된다.

다음 달 업황을 내다본 5월 업황전망지수도 2009년 1월(49) 이후 가장 낮은 50으로 전달보다 4포인트 하락했다. 5월 업황전망은 대기업(-6포인트) 중소기업(-3포인트), 수출기업(-9포인트) 내수기업(1포인트) 가리지 않고 하락하며 2009년 1~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4월 경제심리지수(ESI)는 전달보다 8.0포인트 낮은 55.7로 2008년 12월(55.5) 이후 최저를 보였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