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막겠다고 트랙터로 표백제 살포한 스페인

입력 2020-04-29 14:49
(바달로나 AP=연합뉴스) 스페인 바달로나 인근 해변에서 28일(현지시간) 피서객들이 휴식을 취하는 모습. 스페인은 지난 26일부터 어린이 외출을 허용하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봉쇄령을 조금씩 완화하고 있다.

스페인 남부 한 해안가에서 트랙터까지 동원해 표백제를 살포한 일이 벌어졌다. 스페인 자하라 데 로스 아투네스 마을의 관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는다며 희석한 표백제를 살포한 것이다. 스페인 정부가 6주 만에 아동들의 야외 활동을 허용하자 이를 대비한다는 명분을 세웠다.

표백제가 코로나19에 효과가 있을 리도 만무하지만 당장 해안가의 생태계 파괴가 문제였다. 환경론자인 마리아 돌로레스 이그레시아스 베니테즈는 29일 “트랙터들이 새알을 파괴했을까 걱정된다”며 “표백제는 해안가에서 만날 수 있는 모든 것을 죽였다”고 지적했다.

그린피스 스페인 지부도 나섰다. 그린피스는 트위터에 “새들이 부화하는 시기에 해안을 표백제로 소독하는 일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 중 하나가 아니라, 이곳 자하라 데 로스 아투네스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3일 살균제를 인체에 주입하는 것을 검토하라고 말한 것을 비꼰 것이다.

해당 마을이 속한 안달루시아주(州) 측은 이번 일과 관련, 마을 관리가 필요한 허가를 받지 않았다며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현지 지방 관리인 아구스틴 코네조는 “해변 인근으로 나올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선의로 행해진 일”이라며 “실수였음을 인정한다”고 시인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