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각국에 이어 미국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일부 소아환자가 중증 염증성 질환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은 뉴욕 소재 컬럼비아대학병원 의료진을 인용해 이 병원에 입원한 소아환자 3명이 희귀한 염증성질환 증세를 나타내 치료를 받았다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환자들은 생후 6개월부터 8세 사이이며, 3명 중 1명이 위중한 상태다. 다른 1명은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고, 나머지 1명은 퇴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두 영국, 이탈리아에서 보고된 유사 사례와 마찬가지로 가와사키병과 비슷한 증세를 보였다.
가와사키병은 18세 이하 소아에게 나타나는 급성 열성 염증질환으로, 심할 경우 심장 이상을 초래한다. 이 병은 바이러스 등 병원체 감염 이후 과도한 면역반응이 나타나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컬럼비아대병원의 소아 류마티스·면역의학과 전문의 마크 고릴릭 박사는 3명의 소아 환자가 유럽에서 보고된 정체불명의 염증성 질환과 비슷한 사례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가와사키병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며, 발병 원리가 가와사키병과 동일할 것 같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앞서 캘리포니아 스탠퍼드대학 루실 패커드 아동병원 의료진도 가와사키병으로 입원한 생후 6개월 영아가 나중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학술지 ‘소아과병원’에 발표했다.
현재까지 아동은 코로나19에 잘 걸리지 않거나, 감염되더라도 증상이 가벼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소아 확진자 중 가와사키병과 유사한 증세를 보이는 극소수 중증환자가 유럽 일부 국가에 이어 미국에서도 확인된 것이다. 영국 의료보장제도 국민보건서비스(NHS)는 최근 관할 의료기관에 서한을 보내 “코로나19와의 관련성이 의심되는 전신성 염증을 나타내는 소아 중환자 사례가 12건 넘게 보고됐다”며 의료진의 주의를 당부한 바 있다.
고릴릭 박사는 이와 관련 소아 환자의 경우 코로나19 감염이 2단계로 진행되고, 격렬한 면역반응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감염 1~2주 후 매우 무질서한 면역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이 질환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매우 초기 단계에 있다”면서 섣부른 결론을 경계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