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서울 16개大 수능선발 4500명↑ 학종 4900명↓

입력 2020-04-29 12:00

현재 고교 2학년이 치르는 2022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서울 주요 대학들의 정시 비중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교육부가 2023학년도(현 고1 대입)까지 정시 비중을 4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예고했던 서울 소재 16개 대학 중 9곳이 정부 요구를 한 해 앞서 수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시 비중을 가장 많이 높인 곳은 고려대였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비중은 대폭 줄어들었다. 이들 대학은 그동안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인 정시 모집보다 학종을 선호해왔다. 2022학년도에는 대다수 대학에서 정시 비중이 학종 비중을 추월한 것으로 집계됐다. 학종 비중을 가장 많이 줄인 대학은 연세대였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전국 198개 4년제 대학의 ‘2022학년도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을 29일 발표했다. 가장 이목을 끈 내용은 정부가 정시 확대의 ‘타깃’으로 지목했던 서울 16개 대학의 정시 비중이다. 정부는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 특혜 의혹으로 대입 개편 요구가 빗발치자 이 16개 대학의 정시 비중을 4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예고했다. 정부는 2023학년도로 시한을 설정했지만 되도록 2022학년도에 조기 달성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의 정시 40% 요구를 조기에 수용한 대학은 건국대 고려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시립대 서울여대 연세대 한국외대 한양대 등 9곳이다(표 참조). 성균관대(39.4%)와 경희·숭실대(37.0%) 세 곳도 사실상 조기 수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서울대는 ‘조국 사태’ 전 교육부 방침이었던 ‘30%룰’(모든 4년제 대학은 정시 30% 이상 선발)에 따라 2022학년도 정시 비중을 30.1%로 수험생에게 공지했었다. 따라서 변동 없이 30.1%로 2022학년도 입시를 치르고, 2023학년도에 40%로 높이는 방식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 대학은 주로 학종을 줄여 정시를 높였다. 가장 변동 폭이 큰 대학은 고려대다. 고려대는 2021학년도 정시 비중이 18.4%에 불과했는데 2022학년도에는 40.1%로 높였다. 정시로 768명을 뽑다가 1682명으로 무려 914명이나 늘렸다. 이 때문에 학종 비율을 47.5%에서 36.3%, 학생부교과 비율을 27.8%에서 20%로 줄여야 했다. 연세대의 변화도 상당하다. 학종을 48.9%에서 27.6%로 21.3%포인트나 줄이고 정시(30.7→40.1%), 학생부교과(0→13.9%)로 모집 인원을 분산시켰다. 서울대도 정시 비중을 늘리면서 학종 비중이 78.1%에서 69.9%로 떨어졌다.

학생부교과전형이 늘어난 것도 특징이다. 서울 16개 대학 가운데 2022학년도부터 학생부교과로 학생을 뽑기 시작한 대학은 건국대 경희대 동국대 서강대 성균관대 연세대 등 6곳이다. 광운대와 한양대는 학생부교과 비중을 높였다. 서울시립대와 숙명여대는 비율을 유지했다. 숭실대 중앙대 한국외대 등은 소폭 줄였다. 최근 고교 수업 정상화를 위해 정시나 학종 대신 학생부교과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교사단체들을 중심으로 제기되자 이런 요구를 대학들이 일부 수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입시 전문가들은 2022학년도 이후 대입 전략은 크게 수능과 고교 내신으로 압축될 것으로 내다본다. 정시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에서만 1582명 늘어난다. 고려대 914명, 연세대 375명, 서울대 293명이다. 16개 대학으로 범위를 넓히면 정시 증가 인원은 4509명 수준이다. 수시에서 뽑지 못하고 정시에서 뽑는 인원까지 포함하면 정시 선발 인원은 더욱 많아지게 된다. 수시 이월인원은 연세대 6%, 서울대·고려대는 5% 수준이다. 따라서 실질적인 정시 선발 비중이 45% 안팎일 것으로 예상하는 입시 전문가들이 많다.

학종은 16개 대학에서 4916명 감소하고, 학생부교과는 1841명 증가하게 된다. 고교 내신 성적은 더욱 중요해졌다. 기존 학종에서도 내신 성적은 매우 중요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교육부는 ‘부모 찬스’를 줄이기 위해 비교과영역을 대폭 축소하고 교과 성적을 중심으로 학종을 운영하도록 했다. 학교 정규 교과를 공부하는 과정을 들여다보면 지원자의 역량이나 성장잠재력을 얼마든지 평가할 수 있다는 논리다. 따라서 내신의 비중도 수능 못지않게 커지게 됐다.

입시 환경의 변화폭이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서울 주요 대학의 정시 비중이 크게 늘면서 내신 성적이 좋지 않은 고교생을 중심으로 조기에 수능 준비에 돌입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질 전망이다. 상위권으로 갈수록 내신 성적을 만회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작용할 것이란 예상이다. 재수생 내지는 반수생(대학 재학 중 대입 재도전)도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올해 고3의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공교육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대입 전략이 꼬여버린 수험생의 경우 올해 성적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대입 재도전 욕구가 커질 수 있다. 2022학년도부터 6년제 약대 선발이 시작되는 점도 변수다. 약대 선발 규모는 1578명으로 정시 선발 인원이 655명(41.5%)이다.

이런 대입의 변화는 고교 입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남 지역 등에 위치한 입시 명문으로 인식되는 일반고나 정시와 수시에서 동시에 경쟁력이 있는 특수목적고 등의 인기가 더욱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