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직할부대인 계룡대 근무지원단 군사경찰 대대의 선임병 여러 명이 “마귀를 뺀다”며 전입 신병을 집단 구타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29일 군인권센터 발표 등을 종합해보면 피해자 A씨는 지난 2월 계룡대 근무지원단 군사경찰대대에 전입했다.
소속부대 간부 하사 오모씨는 지난달 24일 A씨의 선임병들에게 “‘마귀’는 언제 하냐?”라고 물어보았다. A씨는 ‘마귀’의 숨겨진 뜻을 그날 밤에 알게 되었다. 소속부대 선임 6명은 간부가 자리를 떠난 밤 11시 A씨를 생활관 침대에 눕혀 집단 구타했다.
구타는 조직적이었다. 선임 병사 1명이 A씨가 움직일 수 없도록 몸 위를 올라탔다. 나머지 병사들은 A씨의 팔, 다리, 가슴 등을 꼬집고 군화로 허벅지를 차는 등 폭행이 이어졌다.
A씨는 MBC와의 인터뷰에서 “아파서 소리를 지르거나 몸부림을 치면 이불로 입을 막거나 손으로 입을 막아서 소리 못 지르게 했다”고 밝혔다. ‘마귀’는 A씨 소속부대에서 관례처럼 내려오는 신병 대상 집단 구타·가혹 행위를 의미했던 것이다.
오씨는 다음날 A씨에게 “어제 했냐?”라고 물어보며 윗옷을 벗겼다. A씨의 몸에는 멍과 상처가 있었다. 그런데도 오씨는 선임병들에게 “한 번 더 (마귀를) 해야 하지 않냐?”며 구타 행위를 재차 부추겼다. 이후 ‘마귀 빼기’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계속됐다. A씨는 “(가해 선임병이) 오히려 신고해라. 신고하면 아무도 네 편은 없다. 내가 한 대 때리고 들어갈 바에는 차라리 널 죽이고 들어가겠다는 식으로 얘기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5일 카카오톡 익명 채널을 이용해 직속 상관인 근무대장 대위 박모씨에게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다음날 소대장인 상사 송모씨에게는 피해 사실을 직접 보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신고 뒤 4일 동안 피해자와 가해자가 분리되지 않았다. A씨는 또 ‘마귀 빼기’를 당해야만 했다.
부대는 오히려 A씨를 옆 소대로 전출시켰다. 근무대장은 A씨를 불러 “가해자를 전부 다른 곳으로 전출 처리하면 근무가 돌아가지 않으니 네가 이동해야겠다”고 말했다. 해당 소대의 부대원은 총 6명이었다. 부대원 전원이 가해자였다. 가해자들을 모두 다른 부대로 전출 보내면 소대 운영이 어렵다는 이유였다. 이에 군인권센터는 “이는 가해자 분리를 기본으로 하는 피·가해자 분리 원칙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A씨는 현역 부적합심사가 요구될 정도로 극심한 상태의 우울과 불안증세를 보였다. A씨는 장시간 근무에 집중하기가 어렵다고 호소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CCTV나 열심히 보라”는 핀잔이었다.
A씨는 결국 부모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근무대장은 A씨 부모와의 통화에서 “피해자가 원해서 소대를 옮긴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A씨 아버지는 MBC에 “(부대에서) ‘본인이 가는 걸로 해서 (전출) 했습니다’라고 하더라. 그래서 ‘아 그래요’라고 말했다”며 “(이 내용을) 아들한테 물어봤더니 ‘위에서 가라는데 그러면 내가 어떻게 해’라는 답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가해 병사들은 자체 조사에서 ‘마귀’가 일종의 관례였고, 폭행 당시엔 장난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을 전해졌다. 국방부는 MBC에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