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문 대통령이 미국 잘한 걸 얘기해 줄 것”
백악관도 코로나 검사서 한국 추월 ‘자랑’
인구 1000당 검사서 미국 16.4명, 한국 11.7명
트럼프, “한국이 검사 많다”는 기자에 사과 받아내
트럼프, 비판 의식해 ‘모범국가’ 한국에 집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00만명을 넘은 상황에서도 “우리는 정말로 잘해왔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한국과의 비교를 이어갔다. 코로나19 대처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차단하기 위해 모범국가로 평가받는 한국 사례에 집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중소기업 지원 관련 행사에 참석해 기자들로부터 ‘미국 확진자가 100만명을 넘었다’는 질문을 받고 “우리는 모든 나라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이 검사했다”고 답했다.
그러다가 한국과 문재인 대통령 얘기를 불쑥 꺼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들 한국 얘기를 계속하는데 나는 문재인 대통령과 사이가 좋다”면서 “그(문 대통령)는 검사에 있어 미국이 얼마나 잘해왔는지 얘기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문 대통령)는 내게 아주 힘줘서 (그런) 말을 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 검사의 질은 최고이며 규모도 최고”라며 “우리는 전 세계(의 검사)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검사를) 하며 기록을 세웠다”고 자화자찬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검사를 더 많이 할 것이어서 더 많은 사례가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국이 인구 당 미국보다 코로나19 검사를 더 많이 했다’고 주장하는 기자와 설전을 벌인 끝에 끝내 사과를 받아내기도 했다.
백악관은 보수적인 주간지인 ‘워싱턴 이그재미너’가 지난주 미국이 인구 1000명당 16.42명에 대해 코로나19 검사를 시행해 인구 1000명당 검사 수가 11.68명인 한국을 앞질렀다고 보도한 내용을 홍보 자료에 홈페이지에 올렸다. 백악관이 한국을 얼마나 의식하는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한국과 미국의 인구 수와 전체 코로나19 검사 수를 비교하면 워싱턴 이그재미너의 보도는 사실로 보인다. 뉴욕타임스의 보도와 한국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에 나온 수치를 각각 계산하면 미국은 인구 1000명당 16.36명의 검사를 실시했고, 한국에선 1000명당 11.69명에 대한 검사가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 만난 자리에서 한 기자가 ‘한국이 미국보다 인구 1인당 5배에 달하는 (코로나19) 검사를 했다. 왜 그런 것인가’라고 따져 묻자 “사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자 이 기자가 “(한국이 더 많은 검사를 한 것은) 사실”이라고 거듭 주장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사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어디 기자냐”며 소속 언론사를 묻기도 했다.
이 기자는 “전체적으로 우리(미국)가 한국보다 감염자가 14배 더 많았다”면서 “그들(한국)은 인구 밀도도 높다”고 고집을 꺾지 않자 데비 벅스 백악관 코로나19 조정관이 나섰다.
벅스 조정관은 “나는 한국의 검사가 10만명당 11명이고 우리는 17명이라는 점을 그저 분명히 하려고 한다”고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에게 “사과하겠느냐”며 “아무도 당신이 누구인지 모른다”고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질문하기 전에 사실 관계를 확인하라고 훈계까지 했다.
이후 이 기자는 “자신의 질문에 착오가 있었다”면서 “미국이 이달 들어 한국보다 인구당 검사 숫자를 앞질렀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이 기자는 그러면서도 “한국은 감염률이 훨씬 낮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기자를 향해 “사과해줘서 고맙다”면서 “매우 멋지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