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가 2020시즌 프로야구 정규리그에서 적용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특별 규정을 마련했다. KBO와 프로 10개 구단의 코로나19 대응은 팀 훈련 및 연습경기에서 단 한 명의 확진자도 배출하지 않아 일본야구기구(NPB)에서 연구될 만큼 모범사례로 평가된다. 이번에는 1·3루 주루코치의 마스크 착용 의무, 원정 선수단의 사우나 이용 금지 같은 행동지침이 세부적으로 제시됐다.
KBO는 28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실행위원회를 마친 뒤 “올 시즌만 적용되는 코로나19 특별 규정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실행위는 류대환 KBO 사무총장과 10개 구단 단장의 논의체다. 의사결정은 정운찬 KBO 총재와 10개 구단 사장으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이뤄진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한 세계적 위기에서 선수단 운영 중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변수는 이사회보다 실행위에서 세부적으로 논의될 수 있다.
실행위는 원정팀 선수단 이동에서 구단 버스 단체 탑승을 권고하고, 선수의 개별 이동 시 선수단과 함께 발열 검사 진행 후 경기장 입장을 의무화했다. 선수단은 원정지에서 숙박할 때 사우나 이용이 금지된다. 피트니스센터를 이용할 땐 마스크 및 일회용 라텍스 장갑을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한다. 경기 중 씹는담배도 금지된다. 1·3루 주루코치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실행위는 5월 5일 정규리그를 개막한 뒤 코로나19 유증상자 발생을 가정한 엔트리 운영 규정도 세웠다. 코로나19 증상을 나타내 유전자 증폭 검사(PCR)를 받은 선수는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다. 엔트리 마감 뒤 코로나19 증상을 확인한 경우에는 경기 시작 1시간 전까지 선수를 교체할 수 있다. 코로나19 증상으로 엔트리에서 말소된 선수의 등록 일수는 최대 3일까지 인정된다. 음성 판정을 받으면 엔트리 말소 기간인 10일을 넘기지 않고 1군에 복귀할 수 있다.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선수는 격리된다. 이때 정부에서 파견된 역학조사관의 판단에 따라 구단에서 접촉자 분류 작업이 시작된다. 접촉자는 14일간 자가격리에 들어가고, 경기장은 최소 이틀간 폐쇄된다. KBO는 역학조사관의 판단을 토대로 긴급 이사회·실행위를 열어 리그 중단 여부를 검토한다.
실행위는 매년 9월 1일부터 적용되는 엔트리 증원 시점을 올해에 한정해 2연전 시작일로 앞당겨 시행키로 했다. 당초 지난달 28일로 예정됐던 개막일 연기에 따라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할 선수의 체력을 감안한 것이다. 그동안 확대 엔트리가 적용된 경기 수는 팀당 26회였지만, 올해는 54경기로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선수단 운영에서 운신의 폭이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실행위는 당초 지난달 28일로 예정됐던 개막일 연기에 따라 선수 등록·자격 시한도 연장했다. 육성선수는 개막 이튿날인 5월 6일부터 정규리그에 등록할 수 있다. 양도·양수(트레이드) 마감일과 국내 선수의 포스트시즌 출장 자격 시한은 당초 지난달 28일로 예정됐던 개막일의 연기로 종전 7월 31일에서 8월 15일로 미뤄졌다. 외국인 선수의 포스트시즌 출장 자격 시한은 종전 8월 15일에서 9월 1일로 변경됐다.
실행위는 2021년도 신인 2차 지명일을 대학 수시모집 일정을 고려해 9월 21일로 지정했다. 신인 1차 지명일은 아마추어야구 경기 재개 시점을 확인한 뒤 재논의하기로 기약했다.
KBO의 코로나19 대응 매뉴얼은 아직 개막 시기도 정하지 못한 일본프로야구 주관 단체 NPB의 참고자료로 사용되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이날 “NPB가 한국·대만의 코로나19 대응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NPB는 최근 KBO에 요청해 약 40쪽 분량의 코로나19 대응 매뉴얼을 전달받고 번역도 완료했다고 닛칸스포츠는 전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