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패소 후 항소심 재판부 감정신청 기각, 변론종결
3일 만에 공직자 1400명, 시민 300명 탄원서 전달
재판부 변론재개 신청과 감정신청 모두 받아줘
“기적과 같이 단 3일 만에 1700여장의 탄원서가 모였습니다.”
출산을 겪으며 아내를 잃은 한 남성의 안타까운 사연에 1700여명의 직장 동료, 일반 시민 등이 힘을 보탰다.
힘겹기로 알려진 의료소송을 벌이고 있는 이 남성은 경기도 고양시청에 근무하는 이성빈 주무관(45)이다. 이 주무관은 지난 20일 고양시청 내부 게시판에 ‘직원 여러분의 탄원서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 주무관은 “아내가 2017년 4월 일산 소재 산부인과에서 첫 아이를 출산 후 산후출혈로 2주간 사투를 벌이다가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면서 “영문도 모른 채 수술대 위에서 수혈조차 받지 못하고, 전원 조치된 상급병원에서도 무려 3시간 30분이나 지나 지혈조치가 이뤄져 결국 과다출혈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주무관은 이후 병원과의 의료소송을 시작했고, 지난해 말 1심에서 패소했다. 이에 항소했지만 최근 시작된 2심에서 재판부는 1차 변론에서 신청한 감정신청을 모두 기각, 변론을 종결하고 바로 판결 선고일을 잡았다.
이 주무관은 “1차 변론에서 종결을 시킨다는 건 극히 이례적이다. 저희 유가족은 2심에서 아직 밝히지 못한 중요사인이 있다”며 “저희에게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변론 재개 여부는 판사의 재량으로 여러분들의 탄원서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23일에는 항소심 재판을 맡은 서울고법 앞에서 변론 재개를 요청하는 1인 시위도 했다.
이같이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자 이재준 고양시장을 비롯한 고양시 공직자, 사회단체, 시민들은 이 주무관에게 자필로 작성한 탄원서를 새올 전자메일, 문자메시지, SNS, 사송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전달했다. 이렇게 모인 탄원서는 3일 만에 무려 1700여장이나 됐다.
이에 이 주무관은 지난 24일 고양시청 내부 게시판에 감사의 말을 남겼다. 이 주무관은 “법원에서 변론재개 신청을 받아줬다. 그것도 모든 감정신청을 다 받아 줬다”며 “여러분들의 탄원서가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변론 재개시 법원이 모든 감정신청을 다 받아주는 경우는 이례적이라고 한다. 이제는 결과에 상관없이 여한이 없을 것 같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어 이 주무관은 “이번 탄원서 도움 운동은 제 인생에 커다란 분기점이 됐다. 외로움, 좌절, 걱정의 마음에서 희망의 마음으로 바뀌었다”며 “무엇보다 나중에 딸이 사리 분별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됐을 때 가득한 탄원서를 보여주며 ‘이것 봐 우리 딸, 이렇게 많은 분들이 너를 사랑하고 염려한단다’라고 말을 할 수 있어 행복하다. 일평생을 저도 남을 도우면서 살고 우리 딸도 세상에 도움을 주는 인물로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고양=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