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마침 오늘이 적금 만기일입니다”

입력 2020-04-29 05:01 수정 2020-04-29 05:01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시민이 경남 거제시청에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이웃을 도와달라며 1천만원을 두고 사라졌다. 27일 오후 2시께 거제시청 1층 민원실에 한 중년 남성이 금융기관 봉투를 놓고 사라졌다. 거제시청 제공

경남 거제에서 한 익명의 남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에게 써달라며 1000만원을 기부해 훈훈함을 자아내고 있다.

27일 오후 2시쯤 중년 남성이 거제시청 1층 민원실에 봉투 하나를 놓고 사라졌다.

봉투에는 5만원짜리 200장과 A4 용지에 프린트된 편지 1통이 담겨 있었다.

남성은 편지에 “코로나19 영향으로 서민들이 IMF 때보다 더 힘든 날을 보내는 것 같다”며 “마침 오늘 적금 만기일이라 하루하루를 겨우 살아가는 소외계층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자 기부한다”고 적었다.

그는 “조금 더 여유롭고 조금 더 가진 분들이 자발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준다면 함께 살아가는 아름다운 세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가장 어려운 분들에게 도움 주시기를 바란다”고 부탁했다.

거제시는 기부금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따뜻한 마음을 전달해주신 익명의 기부자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면서 “기부자 뜻에 따라 코로나19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취약계층을 위해 소중히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