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남매를 둔 장미연(40·가명)씨는 이번 주말부터 시작되는 황금연휴에 3박4일 강원도 여행을 계획했다. 지난 2월부터 2개월 넘도록 ‘집콕’으로 버텼지만 확진자 수도 줄어들자 여행을 결심했다.
장씨는 “개학이 미뤄지면서 아이들을 돌보느라 연차휴가를 벌써 거의 다 썼다. 여름휴가는 포기해야 할 판”이라며 “이번 연휴가 상반기 유일한 여행 기회라 마스크 잘 쓰고 조심조심 다녀올까 한다”고 말했다.
오는 30일부터 이어지는 황금연휴에 장씨처럼 국내 여행에 나서는 이들이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침체된 여행업계와 호텔·리조트업계는 반등의 기회를 얻었다. 다만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여행객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요 호텔·리조트 예약률은…
29일 호텔·리조트업계에 따르면 황금연휴가 시작되는 오는 30일부터 객실 예약률이 서울시내는 평균 50~70%, 강원·부산·제주 등에서는 60~80%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호텔·리조트 예약률을 분석해 보니 여행객이 가장 많이 몰릴 것으로 보이는 지역은 강원도였다.
강원 지역 호텔·리조트의 황금연휴 기간 예약률은 80~100%에 이르렀다. 제주는 예상과 달리 60~80%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 이후 객실 가동률이 10%대까지 떨어졌던 것에 비하면 대폭 증가한 수치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는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리조트 전체(쏘라노, 거제 벨버디어, 해운대, 제주) 평균 예약률이 87%, 호텔은 65~70%로 잠정 집계됐다.
켄싱턴호텔앤리조트는 강원도에 위치한 리조트 및 호텔의 예약률이 모두 80% 이상이고, 30~1일은 대부분 만실이다. 켄싱턴리조트 서귀포(4월 30일~5월 5일)의 평균 객실 예약률은 80%대로 나타났다. 롯데호텔 제주도 황금연휴 기간 객실 예약률이 70%고, 호텔신라 제주는 전월대비 예약이 70% 정도 늘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방역 분기점 될 황금연휴…대응은 어떻게
정부는 황금연휴가 코로나19 방역에 큰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지난 28일 “몸이 조금이라도 불편하거나 아프다면 기본적으로 여행을 삼가달라”며 “여행을 하더라도 최소한의 가족 단위로, 자기 차를 이용하거나 혼잡한 여행지는 피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코로나19 집단 감염의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보니 호텔·리조트 업계는 방역에 어느 때보다 만전을 기하고 있다. 앞서 지난 24일 정부는 ‘생활 속 거리두기’ 세부 지침 초안을 공개하며 호텔·리조트 책임자와 종사자들에게 방역 관련 주요 지침을 전달했다.
지침에는 체크인을 할 때나 컨시어지를 이용할 때 2m(사람이 많이 몰리는 경우 최소 1m) 간격을 유지하고, 투숙객 이용 전후에 15분씩 환기를 하고,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이용하는 손잡이나 승강기 버튼을 수시로 소독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입구에서부터 발열 체크, 마스크 필수 착용 등도 기본 지침에 포함돼 있다. 엘리베이터와 공용화장실 등 공용 구역은 최소 하루 한 번 이상 방역을 실시하고 곳곳에 손 소독제를 비치하도록 했다.
개별 방역 대응은 호텔·리조트마다 조금씩 다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투숙객에게 사전에 안내 문자를 발송해 체크인 시간대를 분리했다. 또 투숙객 중 1명만 입장해 체크인을 진행하고 나머지 일행은 차량에서 대기하도록 분산시켰다.
호텔신라 제주는 오후 2~4시 체크인으로 붐비는 시간대에 ‘프라이빗 체크인’을 진행하고 있다. 줄을 서서 체크인을 하는 대신 호텔 로비 테이블에 투숙객 일행이 자리를 잡고 있으면 그 자리에서 체크인을 진행하는 방식을 쓰기로 했다.
수영장과 헬스장도 운영하지 않거나 소규모로 운영한다. 호텔신라 제주는 야외수영장은 운영하지만 헬스장은 정부의 거리두기 방침 이후 지금까지 운영하지 않고 있다. 롯데호텔 제주도 야외풀장은 운영하되 피트니스는 운영하지 않는다. 서울시내 특급호텔(시그니엘 서울, 롯데호텔 서울·월드)은 다음달 5일까지 수영장과 피트니스를 모두 운영하지 않는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실내수영장 및 헬스장 이용에 객실별 시간제한을 두고 이용객을 분산시키고 있다. 켄싱턴호텔앤드리조트는 수영장을 운영하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다.
호텔·리조트 업계는 기존보다 강화된 방역지침을 갖추고 신경 쓰는 만큼 방문객들이 지나치게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투숙객과 임직원의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며 “코로나로 인한 스트레스 해소 차원도 있는 만큼 청결에 만전을 기했으니 안심하고 방문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호텔·리조트 업계 ‘반짝 특수’…반전 기회는 아직
황금연휴 특수는 호텔 업계에서는 가뭄에 단비처럼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까지의 불황을 뒤집을 수 있는 정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업계 상황이 반전되려면 무엇보다 외국인 관광객이 다시 들어오는 게 중요하다는 게 업계 공통된 의견이다.
호텔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특수는 단기적인 현상이고 전체적으로 호텔업이 회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황금연휴 기간을 제외한 기간에는 다시 예약률이 낮아지는 추세”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호텔은 고객의 70% 이상이 외국인, 관광객”이라며 “코로나19가 해외에서도 안정되고 전체적인 여행·항공업이 활성화돼야 정상화된다고 볼 수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정진영 문수정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