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깃덩이처럼 포개진 갱들…엘살바도르 끔찍한 수용소 풍경

입력 2020-04-28 19:03
엘살바도르 교도소에 수감된 죄수들. EPA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 세계 정부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펼치는 와중에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폭력배들의 집단수용소 사진을 공개했다. 반라의 모습으로 고깃덩어리처럼 포개진 채 강당에 집결한 민머리 남자들의 모습에 경악스럽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8일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집무실 트위터 계정을 통해 공개한 교도소 사진을 보도했다. 엘살바도르 교도소 당국에 따르면, 현재 1만2862명의 갱 조직원들이 수감 중이다.

사진 속에는 폭력사태 등에 연루돼 속옷 차림으로 결박된 수감자 수백명의 모습이 담겨 있다. 줄을 맞춰 빽빽이 앉은 죄수들 사이로 진압봉을 든 무장경찰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일부는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대부분은 마스크 없이 앞사람의 등에 코를 박은 채 다닥다닥 포개 앉아있었다. 머리는 모두 밀었으며 상의는 벗고 팬티로 보이는 짧은 하의만 입은 채였다.

AP 연합뉴스

부켈레 대통령은 갱단 간의 파벌싸움을 중단시키겠다며 갱단 조직원들을 뒤섞어 수감시킬 것을 명령했다. 그는 “갱단들은 더 이상 바깥 세상을 볼 수 없을 것”이며 “어둠 속에서 다른 갱단 친구들과 함께 갇혀 살아라”고 말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조직 폭력을 소탕하려는 차원이라고 이번 조치를 설명한다. 실제 수감자 중에는 엘살바도르에서 악명높은 갱단인 MS-13 등 조직 폭력배도 포함됐다.

지난 주말 엘살바도르에서는 민간인과 조직폭력배 수십 명이 살해되는 유혈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이 벌어진 뒤 지난 26일 부켈레 대통령은 경찰과 군대에 폭력조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살상무기 사용을 허가했다. 이튿날 안보 내각회의에서는 “살인을 저지른 조직원들이 평생 후회하게 해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에 대해 인권단체들은 “대통령이 자신을 향한 대법원의 위헌판결 및 사회적 비판을 잠재우기 위한 위력 행사”라고 비판하고 있다.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자가격리 등 전세계의 방역 대책과도 정반대 정책이다.

AFP 연합뉴스

AFP 연합뉴스

엘살바도르 군경이 9일(현지시간)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과 함께 의회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국제엠네스티 언론담당 최고책임자인 던컨 터커는 트위터에 “이 사진들은 인간성을 훼손한다“며 “인류 역사상 가장 어두운 순간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고 썼다.

호세 미겔 비반코 미주인권감시단 전무도 엘살바도르가 세계 강대국들의 외면 속에 독재정치로 전락할 위험에 처했다고 우려했다. 비반코는 미국 정부나 유럽연합(EU)의 도움이 절실하다면서 “이 사태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국제사회의 강력한 비난”이라고 호소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지난 2월 국회를 위협하기 위해 군을 동원한 바 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