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불가한 유가에…원유 ETN 기초지수 긴급 변경

입력 2020-04-28 18:27

국제 유가가 나흘 만에 다시 25% 가량 폭락하면서 원유 선물 상장지수증권(ETN)에 투자한 개미들의 손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 이처럼 유가 변동성이 극심해지자 기초지수 산출기관은 서부 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상품의 추종지수를 6월물에서 7월물로 긴급 변경했다.

2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6월 인도분 WTI 가격은 배럴당 24.6%(4.16달러) 내린 12.7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 때 하락폭이 약 30%에 달하기도 했다. WTI 가격은 지난 20일 사상 처음 마이너스대에 진입해 -37.63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날 원유 가격 폭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급감이 지속되는 한편, 공급 과잉은 심화되면서 원유 저장고가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내달부터 시행되는 주요 산유국들의 970만 배럴 감산 합의도 변동성이 극대화된 원유 시장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대에 못 미치는 OPEC+ 감산 합의에 대한 회의론이 잔존해 당분간 변동성 장세가 불가피하다. 저장시설 부족 우려 탓에 콘탱고(선물이 현물보다 비싼 현상) 확대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원유 선물 ETN 투자자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전날 레버리지 WTI 선물 ETN은 기초지표와 시장가격 간 괴리율이 높아지면서 4개 종목의 거래가 3거래일 간 중지된 바 있다. 28일에도 신한 브렌트유 선물 ETN(H)은 종가 기준 괴리율이 31.1%로 30%를 넘으면서 29일부터 3거래일간 거래 정지될 방침이다. 투자자들은 거래 재개일까지 이미 산 종목을 매도하지도 못하고 유가 추이에 촉각을 기울여야 할 상황이다.

유가 변동성이 나날이 커지자 WTI 선물 연계 기초지수의 추종 대상은 29일부터 6월물이 아닌 7월물로 돌연 바뀌게 됐다. 유가가 더 급락하면 투자자들의 손실이 불가피해지는 만큼, 기초지수 산출기관이 월물 교체를 긴급하게 결정한 것이다. 이날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로부터 기초지수의 ‘롤오버(월물 변경)’ 방식이 조기 변경된다고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