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짜리 비대위’…출범조차 불투명한 통합당

입력 2020-04-28 18:25
28일 서울 영등포구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제1차 전국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자유청년연맹 회원들이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반대하며 조기 전당대회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이 28일 갑론을박 끝에 ‘김종인 비대위’ 전환을 결정했지만 비대위 출범 자체가 불투명한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향후 시나리오는 사실상 비대위원장 수락 거부 의사를 밝힌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을 끝까지 설득하거나 전당대회를 열어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는 것밖에 남지 않은 상태다.

누가 통합당의 새로운 리더를 맡더라도 향후 당 쇄신은 난항을 거듭할 전망이다. 심재철 당대표 권한대행은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에 오른 뒤 임기를 늘리는 당헌 개정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에 오르는 데 대한 당내 반발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당헌 개정이 순조롭게 이뤄질 가능성은 떨어진다. 김 전 위원장으로서도 ‘셀프 임기연장’이라는 모양새를 받아들이기도 어려워 보인다.

김 전 위원장은 2022년 3월 차기 대선의 1년 전인 내년 3월까지는 임기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김 전 위원장 측은 “4개월 짜리에다 표결까지 부쳐서 만든 비대위원장 자리에는 갈 생각이 없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당 쇄신안을 놓고 의견이 제각각인 데다 일부 중진이 자리욕심을 내면서 쇄신 의지마저 퇴색했다는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이날 갑작스럽게 소집된 당선인 총회에서도 격론이 이어졌다. 총회에는 21대 국회 당선인 84명 중 78명이 참석했는데 김종인 비대위 반대 의견뿐 아니라 심 권한대행의 비대위 전환 절차를 문제 삼는 의견까지 나왔다.

3선에 성공한 김태흠 의원은 총회 중 기자들과 만나 “필요하다면 전국위를 미루고 당선인 총회에서 가능한 모든 부분을 결정하자고 말했다”며 “심 권한대행은 국회 일만 하는 것이 좋겠다고도 했다”고 말했다. 조해진 당선인은 총회 시작 전 당선인들에게 “외부 비대위는 당의 주체를 방관자로 만든다” “비대위 체제는 정도가 아니다” 등의 내용을 담은 글을 돌렸다.

28일 서울 영등포구 63컨벤션센터에서 정우택 상임전국위원회 의장과 심재철 당 대표 권한대행이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선인 총회에서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한 상태에서 열린 전국위는 시작부터 논란을 예고했다. 당헌 개정을 위한 상임전국위가 정원 45명 중 과반이 안 되는 17명만 참석해 정족수 미달로 열리지 못했다. 김 전 위원장으로선 당선인 전원이 자신을 추대해야 강력한 쇄신 드라이브를 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내 반발이 가라앉지 않은 상태에서 그가 당 브랜드를 쇄신하거나 차기 대선주자를 발굴하며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기에는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이번 비대위 전환 결정은 4년 전 20대 총선 참패 이후의 전철을 밟은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새누리당(통합당 전신)은 4·13 총선 참패 이후 김용태 혁신위원장 체제를 띄우려고 했지만 친박(친박근혜)계 반발로 무산됐다. 당시 새누리당은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를 잇따라 열어 비대위 및 혁신위 구성안을 의결할 예정이었지만 의결정족수 미달로 회의를 열지 못했다.

심희정 김이현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