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서 응급차 실려온 딸, 전쟁터에 있는 거 같았다”

입력 2020-04-28 18:16
20일 뉴욕 퀸즈 자치구에 개인 보호 장비(PPE)를 착용한 의료진이 엘름허스트 병원에서 출발하는 구급차를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최전선인 뉴욕에서 의료진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뉴욕 맨해튼 병원의 응급과장인 로나 브린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욕 장로교 앨런 병원 응급과장이던 로나 브린의 아버지 필립 브린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딸이 생전에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장면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며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았었다고 말했다.

로나는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의료행위를 하다 확진 판정을 받았고 요양을 위해 가족이 함께 사는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 응급차로 이송됐다. 다시 치료를 위해 병원으로 복귀했지만, 병원은 가족들의 요청에 따라 그녀를 다시 집으로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결국 로나는 집에서 요양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필립은 49살이던 딸이 어떤 정신질환 이력도 없었지만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현실과 괴리된 것처럼 보였고 무엇인가 잘못됐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필립은 딸이 집에 돌아왔을 때를 떠올리며 응급차에 있는 딸이 “마치 실제 전쟁터 참호에 있는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 딸은 영웅으로 칭송받아야 마땅하다”며 “실제로도 영웅이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환자들을 진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미국 맨해튼 병원 응급과장 로라 브린 박사. 페이스북 캡처

뉴욕 프레즈비터 앨런 병원은 성명을 내고 “브린 박사는 코로나19로 도전받는 응급부서(ED)에 의학계의 최고 이상을 가져다 준 영웅이다”라고 칭송하면서 “우리는 그녀의 가족과 친구, 그리고 동료들에게 이 어려운 기간에 도움을 주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전했다.

뉴욕 브루클린 병원의 로렌스 멜키너 박사는 그녀에 대해 “로나는 뉴욕 병원에 근무하는 의료진들 사이에서 존경받는 실력 있는 의사였다”며 “응급과장 자리에 오를 만큼 재능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뉴욕 보건국의 집계에 따르면 27일 기준 미국 뉴욕시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15만6100명, 사망자는 1만6936명이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한명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