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도 넘지 못한 코로나 해고, 정부 대책 ‘헛발’ 되나

입력 2020-04-28 17:57
청년 구직자들이 채용알림판을 보고 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단순 업무와 질 좋은 일자리 등을 가리지 않고 공격했다. 정부는 완충 작용을 기대하며 고용유지지원금 등에 예산을 쏟았지만 큰 효과가 없었다. 공공부문 등에서 일자리 55만개를 새로 마련하겠다는 정부 발표가 무색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28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3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규직을 포함한 상용직 근로자는 155만2000명으로 작년 동월보다 8000명(1.0%) 감소했다. 상용직 근로자 숫자가 감소한 것은 고용부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비정규직은 더 참혹했다. 임시·일용직은 12만4000명(7.0%) 줄었고, 일정 급여 없이 실적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 기타 종사자는 9만3000명(7.9%) 감소했다. 중소 패션기업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하던 A씨(34)는 “지난달 회사로부터 계약 연장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코로나19로 회사가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계약직 근로자가 첫 번째 희생양이 됐다”고 토로했다.

취업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난달 채용인력 88만8000명 중 상용직은 44만명으로 작년 동월 대비 1만3000명(2.9%) 감소했다. 임시·일용직은 무려 13만6000명(23.3%) 줄었다.

정부는 이직·실직을 막기 위해 지난 2월부터 휴업 수당의 67%까지 주던 고용유지지원금을 75%로 상향 조정했다. 이달부터 6월까지는 지원비율을 90%까지 올렸다.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기업이 감원 대신 고용을 유지해 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충격이 근로 형태나 계층을 따지지 않고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확인됨에 따라 정부 지원이 기대했던 완충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굳게 닫힌 채용 시장 문이 언제 다시 열릴지 알 수 없어 구직자의 불안감도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단일 업종으로는 종사자 비중이 가장 큰 제조업 분야에서 1만1000명이 감소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제조업 종사자는 올해 1월까지만 하더라도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2월부터 두 달 연속 감소했다. 전자·통신장비 등 수출이 줄어들면서 제조업 전반에 영향을 줬고 고용 문제로 직결됐다.

정부는 특별고용지원 업종 추가,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확대, 무급휴직 신속지원 프로그램 시행 등에 이은 고용안전특별대책을 지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 국회 논의가 필요한 사업들은 재원 조성이 마무리되는 대로 즉시 추진이 가능하도록 시행령과 고시 개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권기섭 고용부 고용정책실장은 “고용안전특별대책 입법이 신속하게 이뤄지고 고용 충격을 완화해 2분기를 버텨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2분기에 정부 역량을 집중해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