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5일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 참배를 하지 않은 것은 코로나19의 확산 때문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김 위원장의 건강에 이상이 있다고 판단할 만한 동향은 포착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보름 넘게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해 정부는 “특이 동향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김 위원장 신변에 관한 추측은 연일 쏟아지고 있다.
김연철 장관은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김 위원장이 태양절 참배를 하지 않은 것은 코로나19 때문으로 볼 수 있느냐”는 정병국 미래통합당 의원의 질의에 “그렇다.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을 평가하면 그런 관점도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김 장관은 “태양절 관련 경축연회와 중앙보고대회 등이 코로나19 상황으로 취소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코로나19에 따른 방역 상황을 고려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만 김 장관은 김 위원장 신변에 특이 동향이 없다는 정부 공식 입장을 재확인했다. 김 장관은 “지난 11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 이후 북한 매체들이 김 위원장의 업무 관련 보도를 계속하고 있다. 정상적으로 국정을 수행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면서 “특이 동향이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외통위에서 “부처 간 의견을 조율하고 정보 당국의 정보를 분석한 결과 특이 동향은 없다”고 말했다.
외통위에선 정부가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이석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했을 때를 언급하며 “당시 국가정보원은 사망 사실을 전혀 모르다가 북한 TV를 보고서야 알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장관은 “특이 동향이 없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수준의 정보 역량을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 장관은 김 위원장 위중설 보도가 이어지는 데 대해 “인포데믹(거짓정보 유행)으로 볼 수 있다”며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 신변이상설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주영 북한 공사를 지낸 태구민(태영호) 통합당 당선인은 미국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수술이나 무언가를 받았는지 확신할 수 없다”면서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김 위원장이 스스로 일어날 수 없거나 제대로 걷지 못하는 상태라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태 당선인은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가 강원도 원산에서 포착됐다는 외신 보도에 대해선 “북한은 (미국 등 다른 나라가) 인공위성으로 열차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전용열차를 전국 각지로 보내 교란 작전을 펼치곤 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당국이 김 위원장의 행방을 숨기기 위해 빈 사무실이나 별장에 전등을 켜놓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손재호 기자,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sayho@kmib.co.kr